기업들 “北과의 논의 다 공개를” 통일부 “협의 원하면 北 대화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여론전에 나섰다.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8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의 문서를 7~8개 입주기업에 팩스로 보내 우리 정부에 이미 완제품·원부자재 반출의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철수 당시 우리 측에 완제품·원부자재 반출 허용 의사를 밝힌 사실을 15일 공개했는데도 남측 여론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자 입주기업을 움직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같은 내용을 7~8개 입주기업에 팩스로 보낸 바 있다. 이번에 보낸 문서에는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위해 6일까지 구체적인 협의 및 출입 계획을 제출하라는 안을 제시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원부자재 등의 반출 허용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날짜까지 제시하며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남남갈등 유발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일부는 지난 18일 입장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이 우리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우리 정부와 기업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라며 “결코 성공할 수 없고, 매우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우려한 대로 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북측과 논의한 모든 사항을 당장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19일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이 완제품·원부자재 반출 문제를 협의할 진정한 의사가 있다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의한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입주기업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을 남남갈등 조장 의도로만 한정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을 다시 열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북한의 조치를 봐야 한다”면서 “입주기업들이 정부를 움직이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5-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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