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에 빠진 어린이들의 ‘산타’… “한국 청소년들 큰 꿈을 가져라”
“이렇게 비 오는 날에도 어디에선가 공을 튕기고 있을 한국 청소년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에 임팩트를 가하는 첫 번째 한국인이 되겠다는 큰 목표를 갖고 열심히 연습하라는 것입니다.”4차례나 챔피언 반지를 끼었고 3연속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NBA의 ‘살아 있는 레전드’ 샤킬 오닐(43·미국)이 21일 안개비가 흩뿌리는 부산 해운대 바다를 굽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216㎝, 150㎏의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코트를 호령했던 오닐은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날 파크하얏트 부산에서 서울신문 단독으로 진행된 인터뷰는 기자에게 오닐의 입국 시간을 물어올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과 프로농구연맹(KBL)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 등을 미리 받아 묻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미국프로농구(NBA)의 살아 있는 레전드 샤킬 오닐은 21일 농구를 좋아하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NBA 코트를 밟는 첫 번째 한국 선수가 되겠다는 큰 꿈을 갖고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리복 스토어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한 손으로 농구공을 쥐어 보이는 모습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리복 제공
원조 공룡 센터 샤킬 오닐(오른쪽)과 토종 공룡 센터 서장훈이 21일 부산 중구 광복동의 리복 스토어 개점 행사로 진행된 미니토크쇼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리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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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국 방문인데 어떤 점을 느꼈나. 늦은 시간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팬이 들고 온 ‘샤크 어택드’에 직접 사인까지 해 줬다고 들었다. 이번 방문의 개인적 의미는.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게 대해 줘 좋았다. (우리말로) 감사합니다. 서울도 멋졌는데 이곳 부산은, 특히 해운대 전경은 내가 살았던 마이애미와 같은 느낌이어서 아주 좋았다.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도 방문 목적 중의 하나다. 그동안 워낙 (포스트시즌, 영화 출연, DJ 일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자주 찾지 못했다.
→팬들로서는 은퇴한 뒤 어떻게 지냈는지가 굉장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어머니의 뜻을 좇아 성탄절에 선물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샤크 어 클로스’(SHAQ-A-CLAUS)를 20여년 해 오고 있다. 또 어린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활동을 증진시키도록 학교를 지원하는 ‘BOKS’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신체 활동이 활발할수록 지적 능력도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그러고 보니 오닐은 정치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다. BOKS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는 3년 전부터 89개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중단됐지만 하반기에 계속될 예정이라고 리복 측은 설명했다).
→선수 시절의 행복과 은퇴 이후의 행복을 비교한다면.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나. 난 남들보다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라 절대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또 사람들이 이미 해결책이 널려 있는데도 괜히 불안해하고 불행해하는 자세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하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여섯 아이들, 예쁜 여자친구와 행복하게 지낸다.
●제2의 샤크?… “최소 30~40년 뒤에나 나올 것”
→불우한 어린 시절을 바꾼 게 농구라고 들었다. 삶의 좌우명 같은 게 있다면.
-농구와 동양 문화 둘을 꼽고 싶다. 농구는 거리의 삶을 끝내는 계기가 됐다. 쿵후 콘텐츠를 통해 동양인들이 절제력을 갖고 있으며 명예를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홀로 여러 명의 적과 맞설 수 있는 정신력의 위대함도 배웠다. 그런 정신력을 농구에 적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왔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영감을 받은 선수는.
-‘닥터 J’(줄리어스 어빙)다. 엄청난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개성 있는 플레이를 해서다. 그의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농구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뤘는데 어느 팀에서 뛰던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
-물론 2000년대 초반 LA 레이커스 때가 전성기였다. 4연승해야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는데 사상 처음으로 15연승을 달리다 앨런 아이버슨이 이끄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딱 한 번 지고 우승했던, 압도적인 시절이었다.
→국내에서는 지금도 당신과 가장 어울렸던 슈터가 코비 브라이언트였는지, 드웨인 웨이드였는지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마음이나 스타일이 안 맞거나 하는 게 있겠지만 능력만 따진다면 브라이언트가 더 맞는다. 그렇게 이슈가 된다는 것은 내가 잊히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좋다.
→요즘 NBA 무대에서 ‘제2의 샤크’가 있다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농담조로) 쿵후 마스터로서 적수들을 다 쓰러뜨려 놓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 최소 30~40년 뒤에나 나올 것이다.
→그런 얘기를 기사로 써도 되겠느냐.
-전혀 문제없다.
→국내에서도 스코티 피펜과의 설전이 화제가 됐다. 왜 그랬나.
(오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역대 레이커스 올스타팀이 역대 시카고 불스 올스타팀과 붙는다면 50점 차로 이길 수 있다고 썼다. 피펜이 ‘내 우승 반지는 6개인데 오닐은 4개밖에 안 된다’고 댓글을 달자 이에 오닐은 ‘넌 팀의 중심도 아니었지 않으냐. 난 중심이었다’라고 재반박했다.)
-쿵후에 비유하자면 난 스승이고, 피펜은 마이클 조던의 제자다. 제자의 도전을 받아 주는 게 스승의 역할이긴 하다. 팬들의 중론이 레이커스의 우세로 기울자 피펜도 결국 ‘가상의 대결을 얘기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전혀 감정을 상하거나 할 성격의 일이 아니었다.
→당신은 거대함에 상반되는 운동신경과 다재다능함이 장점인데, 만약 농구가 아닌 다른 종목을 했다면.
-프로 풋볼일 것이다.
→랩 앨범을 발매했던 선수들이 꽤 있는데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해 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현역 선수 중에는 나와 랩을 겨룰 만한 이가 역시 없다.
●“코치할 생각 없어… DJ 일 계속하고파”
→한국에서 농구를 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내가 농구 선수를 꿈꾸는 한국 청소년이라면 이렇게 비 오는 날에도 어디에선가 공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난 토요일 쿵후 영화를 보는 시간만 빼고는 늘 농구공을 튕겼다.
신체적 능력은 다 다르다. 누구는 키가 크고 힘이 세고 기술이 뛰어나고 등등. 하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정신력을 갈고닦아 그 차이를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개인적 노력 외에 예전에는 피지컬 싸움이었던 NBA도 요즘은 유럽식, 정교한 플레이와 픽앤드롤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체격이나 체력의 열세가 문제 되지 않는다. 한국에도 분명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다른 이보다 더 노력하면 NBA에 임팩트를 가할 수 있다. 그들이 이 기사를 통해 내 말에 귀 기울인다면 목표를 크게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 줄지 궁금하다.
-여러 성공적인 투자 사업은 지금도 진행하고 있고 강연이나 교육도 하는데 코치 같은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DJ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4000~5000명을 상대로 하는 규모 있는 무대에만 서려고 한다.
부산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샤킬 오닐은
▲1972년 3월 6일 출생 ▲216㎝, 150㎏ ▲1992년 올랜도 매직에서 NBA 데뷔 ▲2000년 루이지애나주립대 정치학 학사, 2005년 피닉스대학 경영학 석사 ▲1996년 LA레이커스, 2004년 마이애미 히트, 2008년 피닉스 선즈, 2009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2010년 보스턴 셀틱스 ▲2011년 은퇴, NBA TNT 해설위원 ▲1993년 신인왕, 2000년 정규리그 MVP, 2000~2002년 챔피언결정전 MVP, 4차례 우승(레이커스 3회, 마이애미 1회), 세 차례 올스타전 MVP(2000·2004·2009년)
2015-08-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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