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만수 좋은 날

[프로농구] 만수 좋은 날

임병선 기자
입력 2015-02-16 00:34
수정 2015-02-16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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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모비스 감독 프로농구 최초 500승 금자탑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거지요. 늘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재학(52) 모비스 감독이 프로농구연맹(KBL)에서 누구도 밟지 않은 고지를 오르며 내뱉은 담백한 소감이다.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환호 속에 유 감독은 KBL 사상 첫 정규리그 통산 500승을 일궜다. 그는 방송과 신문 인터뷰를 다 마친 뒤 다시 방송 인터뷰를 마치자 다가온 나이 어린 팬들과도 기꺼이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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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15일 홈인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도중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승리한 유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첫 개인 통산 5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산 연합뉴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15일 홈인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도중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승리한 유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첫 개인 통산 5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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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가 양동근(22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문태영(17득점 8리바운드)의 활약을 엮어 SK를 70-60으로 눌렀다. 이로써 1998~1999시즌 역대 최연소(당시 35세)로 인천 대우(현 전자랜드) 지휘봉을 잡았던 유 감독은 사령탑 데뷔 17시즌 만에 정규리그 통산 500승(384패, 승률 .566)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는 어제 일처럼 사령탑 데뷔 첫 경기의 쓰라림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 감독은 “SBS에 2점 차로 졌는데 종료 직전 공격권을 갖고도 하프라인을 넘으면서 공을 빼앗기는 바람에 졌다”고 돌아봤다. 1998년 11월 11일 광주 나산을 상대로 프로 첫 승리를 거둔 유 감독은 2004~2005시즌부터 모비스로 옮겨 11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4회, 플레이오프(PO) 우승 4회를 일궜다. 그의 뒤를 동갑내기 전창진 kt 감독(423승302패)과 김진(55) LG 감독(364승324패)이 쫓고 있다. 유 감독은 통산 PO 전적 40승31패를 기록해 전 감독(41승33패)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래도 배가 고픈 듯했다. 경기 전 “오늘 이기면 3위로는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게 내 기록보다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어차피 선수 보강도 안 돼 6강 PO에만 진출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팀들이 뜻하지 않게 부진해 이렇게 우승을 다툴 정도가 됐다”고 팀을 우선시했다. 이어 “(KBL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여섯 번째 우승도 중요하지만 정규리그 우승도 이에 못지않다”면서 “다음 시즌 외국인 드래프트 방식도 바뀌고 라틀리프의 계약이 만료되는 등의 요인으로 정규리그 우승 기회는 마지막이 될지 몰라 더욱 조바심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500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로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꼽았다. 구단이 마련한 동영상에 당시 우승 주역이었던 크리스 윌리엄스가 등장해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에 울컥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 감독은 현역 사령탑 중에서도 사람 좋기로 첫손에 꼽힌다. 거칠게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세 시즌 동안 한번도 심판설명회를 요청하지 않았을 정도다. 팀 성적이 좋아 넘어가는 게 아니냐고 캐묻자 “그건 아니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령탑으로 장수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사람끼리의 관계를 잘 풀어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며 “내가 원하는 대로만 구단을 끌어올 수도 없고, 구단도 마찬가지다. 접점을 잘 찾는 편”이라고 답했다. 매년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도 중간 레벨 선수를 뽑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리그 최강의 센터로 키워낸 것도 특출한 기량보다 인간성을 중시하고 팀에 녹아들 만한 재목을 골라 뽑는 안목 덕이다. “학교 다닐 때 동료들과의 관계 등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라는 그의 답에서 비범함이 드러난다. 다루기 힘든 선수를 ‘유재학 밑에 보내면 사람이 된다’는 말도 허튼소리가 아니다.

양동근이 고비마다 스승의 500승을 도왔다. 그는 2쿼터 종료 3분 58초를 남기고 3점슛을 날려 34-31로 경기를 뒤집었다. 4쿼터 종료 7분 12초를 남기고 애런 헤인즈의 3점 플레이로 SK가 60-53까지 쫓아왔지만 양동근이 두 번이나 공을 가로챈 뒤 4득점하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모비스는 35승12패를 기록해 SK(32승14패)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려 3위로 떨어뜨렸다. 동부는 KCC를 73-60으로 제압하며 2위로 올라섰다. 모비스와의 승차는 2경기다.

하지만 유 감독은 경기 뒤 “아직 선두는 모른다”며 “당장 19일 경남 창원에서 LG와 맞서고 이어 오리온스, 동부와 만난다”며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울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5-02-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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