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오기… 범위 확장 불합리”
생명보험의 ‘재해특약’에 가입자가 자살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있더라도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자살은 재해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재해특약의 내용은 단순 오기라는 설명이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부장 오성우)는 자살한 박모씨의 부모가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씨는 2012년 2월 철도 레일에 눕는 방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는 박씨가 2004년 들었던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1억 2000여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주 계약에 따른 70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 특약에 따른 5000만원은 “고의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의 주 계약과 재해특약에는 모두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 자살을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있었다. 박씨의 부모는 보험사를 상대로 재해특약에 따른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사는 보험사가 부모에 5000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판사는 “해당 약관은 ‘고의 자살이더라도 예외적으로 계약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재해 특약의 약관이 주 계약에 있는 내용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옮긴 ´잘못된 표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수로 약관을 그대로 둔 점을 이유로 고의 자살까지 보험사고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보험계약자에게는 기대하지 않은 이익을 주게 되는 한편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보험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무리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균적인 고객도 고의자살이 재해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아는 상태에서 재해 특약을 들었을 것” 이라며 “특약의 취지, 계약 체결에서 쌍방 의사 등에 비춰볼 때 원고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5-10-12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