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메르스 걱정되는데…” 이주노동자들도 불안

“우리도 메르스 걱정되는데…” 이주노동자들도 불안

입력 2015-06-11 07:22
수정 2015-06-1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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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에 정보 입수 어려워…”제도적 지원 필요”

“선생님! 한국에 전염병이 돌아서 많은 사람이 죽었대요. 제가 평택에 구직등록을 했는데, 평택고용센터에 갔다 와도 돼요? 버스나 전철은 안전하지 않겠죠?”

경기도 안산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의 김이찬 대표가 최근 페이스북에서 소개한 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질문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대하는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보건 전문가도 아닌 처지에서 확실한 답을 줄 수 없었던 김 대표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마라. 손 잘 씻고, 무서우면 평택이 아닌 다른 지역 고용센터를 찾아가라’는 조언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가 계속되면서 한국어가 서툴러 관련 정보를 한국인만큼 쉽게 얻지 못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11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에 따르면 메르스 관련 기초 지식이나 감염 대비방법, 확진자 발생 병원 등의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전화가 최근 조합원들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질병 관련 사안이라 어려운 용어가 쓰이는 탓에 한국어에 익숙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정보를 바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처장은 “평택 등지로 일하러 다니던 노동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일해도 되는지 등 매우 기본적인 정보를 문의한다”며 “이들은 언어 문제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노조 차원에서 메르스 관련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알리고 있지만 1천여명에 불과한 조합원들에게만 전송되는 정도다.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4월 말 기준으로 27만여명이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한국어 실력이 나은 이가 언론보도 등을 자국어로 번역해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알음알음 공유하는 식이다.

정부가 지역 외국인 노동자 고용센터를 활용해 관련 홍보 활동을 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이주공동행동’의 정영섭 활동가는 “지역마다 설치된 고용센터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공간”이라며 “각국 언어로 번역된 안내물을 만들어 비치하고 통역인력을 늘리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출신국별로 집단을 구성하고 있으니 제때 정보가 제공된다면 소문은 빠른 편”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외국인 고용 관리 시스템 홈페이지(https://www.eps.go.kr)에 팝업창을 띄워 메르스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전파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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