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혈관과 수도관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혈관과 수도관

입력 2013-02-04 00:00
수정 201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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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혈관을 수도관과 흡사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는지요? 기능만을 생각하면 확실히 비슷합니다. 인간은 물 없이 살 수 없고, 몸은 피 없이는 단 1초도 견디지 못하니까요. 그러나 이 비유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혈관은 유기체인 몸의 일부인 반면 수도관은 기계적 장치라는 사실입니다. 혈관은 그 자체로 생명의 조건이지만 수도관은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합니다. 수돗물 없다고 사람이 못 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혈관의 중요성을 무시합니다. ‘혈관=수도관’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만든 근거 없는 자기학대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혈관이 수도관이라고 믿는 순간, 혈관의 생리적 기능은 피를 나르는 통로 쯤으로 평가절하되고 맙니다. 그래서 주지육림에 빠져 살면서도 혈관만큼은 아직 건강하다고 믿고, 일주일에 운동으로 땀 한번 흘리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피는 잘 돈다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것처럼 혈관은 튼튼하지도 않고, 문제가 생기면 얼렁뚱땅 수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만성질환 고혈압이나 동맥경화가 바로 혈관의 병이며, 고지혈증과 당뇨병 역시 혈관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생사의 처지를 바꿔놓는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역시 혈관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면 단순히 막히거나 터질 뿐이며, 문제가 생기면 구청에 전화 한 통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수도관과 혈관이 비슷하다는 믿음이 얼마나 황당하고 편의적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혈관의 건강을 뜻하는 두개의 조건이 있습니다. 혈관은 날씬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뱃가죽과 내장의 비만은 혈관이 쌀찌는 것보다 덜 치명적입니다. 혈관이 살찌면 구멍이 좁아져 종국에는 특정 신체 부위의 허혈상태를 초래하게 되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혈압도 올립니다. 동맥경화와 심장마비 또는 심근경색에서 보듯 혈관이 탄력을 잃는 것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정도면 혈관을 수도관으로 아는 ‘무덤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남의 얘기라고요. 천만에, 바로 지금, 당신의 얘기입니다.

jeshim@seoul.co.kr



2013-02-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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