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환생하소서”…고 김용균씨 발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환생하소서”…고 김용균씨 발인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2-09 08:45
수정 2019-02-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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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발인식에서 어머니 김미숙(오른쪽 첫 번째)씨와 장례위원, 추모객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고인의 유해는 전태일 열사 등이 모셔진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2019.2.9 뉴스1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발인식에서 어머니 김미숙(오른쪽 첫 번째)씨와 장례위원, 추모객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고인의 유해는 전태일 열사 등이 모셔진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2019.2.9 뉴스1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 홀로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지 62일째 되는 날인 9일 새벽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날 새벽 3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발인식에 고인의 가족과 장례위원, 추모객들이 모여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호상을 맡은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을 시작으로 다른 장례위원들도 차례로 절을 올렸다.

상주를 맡은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씨는 그 모습을 묵묵히 뒤에서 지켜봤고, 어머니 김미숙씨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빈소 바깥에서는 고인과 함께 일하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머리띠와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고 적힌 조끼를 착용한 채 굳은 표정으로 대기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영정이 장례식장을 나서기에 앞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조사를 낭독했다. 박 대표는 “김용균 동지의 희생이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이 되었다”면서 “이제 이 세상에서의 온갖 고단함을 내려놓고 편히 가소서. 비정규직도 차별도 배제도 없는 새 세상에 환생하소서”라고 기원했다.
9일 새벽 3시 30분쯤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김용균씨의 발인식에서 장례위원들이 고인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9일 새벽 3시 30분쯤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김용균씨의 발인식에서 장례위원들이 고인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왼쪽 세 번째)씨와 아버지 김해기(두 번째)씨가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인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운구 행렬을 따라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왼쪽 세 번째)씨와 아버지 김해기(두 번째)씨가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인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운구 행렬을 따라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새벽 4시쯤 고인의 관이 나오자 아버지 김해기씨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들도 고인의 이름을 외치면서 오열했다.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과 장례위원들은 조용히 묵념했다. 참담한 표정으로 뒤따르던 어머니 김미숙씨는 운구차의 문이 닫힌 뒤에도 잠시 서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운구차는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던 태안화력발전소로 출발했다. 오전 7시쯤 발전소에서 1차 노제를, 이어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2차 노제를 치르고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해 정오쯤 영결식을 연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김용균씨의 유품. 같은 달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고인의 작업장에서 나온 고인의 유품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인의 작업목과 업무 내용이 적혀 있는 메모지. 2018.12.15 공공운수노조 제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김용균씨의 유품. 같은 달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고인의 작업장에서 나온 고인의 유품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인의 작업목과 업무 내용이 적혀 있는 메모지. 2018.12.15 공공운수노조 제공. 연합뉴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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