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나면 점장이 알아서’…대형마트 고객 대피 허점

‘지진 나면 점장이 알아서’…대형마트 고객 대피 허점

입력 2016-11-15 09:35
수정 2016-11-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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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규모별 행동요령 만들고 직원 교육 실시해야”

대형 마트가 지진 대비 행동요령이나 대피 매뉴얼을 갖추지 않아 고객과 직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매뉴얼 대신 점장 등 관리자가 대피 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울산시 동구 A 마트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마트는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때 고객 안내 방송을 하거나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당시 지진이 났는데도 할인행사 안내방송만 나오고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며 “왜 대피하지 않느냐고 관리자에게 물으니 ‘우리 매장이 가장 안전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해당 마트는 지진 대응 매뉴얼이 있지만 내용이 ‘지진 규모에 따른 영향’, ‘라디오나 방제기관의 안내에 따라 행동할 것’ 등 기본적인 정보와 초보적인 요령을 담은 수준이다.

이후 지진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커지자 이 마트 본사는 ‘지진이 발생하면 안내 방송으로 고객과 직원을 대피시켜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이마저 점장이나 관리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기 때문에 확실한 대응 요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우려다.

노조는 “직급이 차장·부장 정도인 관리자가 재량으로 고객을 대피시키고 업무를 중단시키는 큰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지진 규모별 행동 요령을 명문화해 관리자가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매뉴얼대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 시내 B 백화점의 경우 지진 규모별 행동 요령을 매뉴얼에 명시하고 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지진 규모 3.0 미만일 경우 안내 방송만 하고, 5.0 이상일 때는 모든 고객과 직원이 대피하게 되어 있다. 규모 3.0∼4.9의 경우에는 점장이 재량으로 판단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규모 3.0에서 4.9 사이의 지진이라도 고객들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정도 규모의 지진에도 대피를 유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 직원들이 지진 교육이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전국의 지자체는 지진 대응 자료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있을 때 지진이 발생하면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피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마트 직원들은 거의 지진 대비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재난 대응은 구체적 매뉴얼에 따라 지속적 교육으로 체계화되어야 하지만 매달 실시하는 소방훈련도 마트 특성상 모든 직원이 참여하지 못한다”며 “고객의 안전뿐 아니라 직원의 ‘대피권’도 보장받을 수 있는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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