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의 주인공은 스스로 단종을 했을까?

이 시의 주인공은 스스로 단종을 했을까?

김성곤 기자
입력 2016-06-20 13:54
수정 2016-06-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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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로 간 판사들 한센인 단종 낙태 재판 현지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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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열린 특별 재판
소록도에서 열린 특별 재판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 별관 소회의실에서 한센인들의 단종·낙태 피해 실상을 현장에서 직접 듣는 특별 재판이 열리고 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2011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단종피해 3천만원, 낙태피해 4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의 주인공은 스스로 단종을 했을까?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

 사랑의 꿈은 깨어지고

 여기 나의 25세 젊음을

 파멸해가는 수술대 위에서

 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 있노라

 장래 손주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

 내 수술대 위에서 가물거린다

 정관을 차단하는 차가운 메스가

 내 국부에 닿을 때

 모래알처럼 반성하라던

 신의 섭리를 역행하는 메스를 보고

 지하의 히포크라테스는 통곡한다

 

한센인 시인으로 단종대에서 단종(정관수술)을 당했던 이동의 시이다. 이 시는 단종을 하는 수술대(단종대) 정면에 걸려 있다.

이동은 과연 자발적으로 단종을 한 것일까. 만약 강제로 한 것이라면 나라가 한 것인가 아니면 당시 근무했던 의료인들이 불법적으로 저지른 것일까.

판사들이 한센인들의 굴곡진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소록도로 갔다.

단종·낙태 피해를 입은 139명의 한센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고법 민사 30부(강영수 부장판사)가 20일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국가 소송 2심 특별재판을 열었다.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센인 80여명은 방청석에서 그들의 아픈 과거를 되새겼다.

이 재판에서 한센인과 정부 측은 한센인에 대한 단종·낙태 수술에 대한 강제성 유무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센인 측 대리인 박영립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국가는 해방 이후에도 한센인 강제 격리수용, 단종·낙태, 학살 등 수많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 박종명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한센인들이 받은 낙태·정관 수술은 강제로 실시된 게 아니며, 한센인들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지목하는 당사자는 한센인을 평생 돌본 의료진들”이라며 “한센인의 아픔에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위로는 특별법에 따른 보상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국내에서 한센인 단종·낙태는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에 따라 일제강점기인 1935년 여수에서 시작됐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수술을 내걸었다. 인천, 익산, 칠곡, 안동 등지에서도 많은 한센인이 낙태 수술을 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국가가 수술을 강제했다며 2011년부터 1인당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국가 소송을 제기했다. 그간 법원은 단종 피해자에 3000만원, 낙태 피해자에 4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정부도 “일제시대 이후엔 강제 수술이 없었다”며 항소가 진행 중이다. 5건 소송 중 아직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한센인 원고, 과거 소록도 병원 의료진 등 5명을 불러 당시 상황을 청취했다. 남는 시간엔 이동의 시가 걸린 단종 수술대, 인체해부대 등 병원의 시설들을 둘러봤다.

 김성곤 부국장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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