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개선 안 되고 배신감에 죽여” 주장…단독범행 결론
지난달 8일 발생한 대구 건설사 사장 살해·암매장 사건은 같은 회사 전무인 조모(44)씨 단독범행인 것으로 검찰이 결론 내렸다.조씨는 범행 과정에 수면제를 넣은 숙취해소 음료를 피해자인 건설사 사장 김모(48)씨에게 2차례나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영준)는 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조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조씨가 사장 김씨와 함께 거래처 사장 2명과 경북 경산에서 골프 모임을 한 것은 지난달 8일 오후.
라운딩 후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뒤 오후 8시 30분께 두 사람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조씨 아파트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김씨는 이미 잠에 빠져 있었다. 평소 술이 약한 편이 아닌 데다 많은 술을 마시지도 않은 김씨가 잠이 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골프가 끝나고 인근 식당으로 옮겨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조씨가 김씨에게 미리 수면제를 넣은 숙취해소 음료를 건네 마시게 했기 때문이다.
골프를 하고 나른한 상태에서 술기운에 수면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김씨는 식사 뒤 식당에서 이미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술자리가 끝나고 조씨는 김씨를 차에 태워 자기 집까지 간 뒤 대리기사를 돌려보냈다.
이후 직접 차를 몰아 수성구 가천동에 있는 회사로 갔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범행 장소로 선택한 것이다.
오후 9시 30분께 회사 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뒷좌석에서 잠든 김씨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검찰은 “조씨가 김씨를 살해하기 직전 수면제 5알을 넣은 숙취해소 음료를 한 번 더 마시게 했다”고 밝혔다. 2시간 간격으로 2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였다.
조씨는 이튿날 오전 경북 군위군 고로면 야산 계곡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다시 찾아 나프탈렌, 세제 등을 뿌려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지능적으로 수사망을 피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씨는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사건 발생 당일 가천동에서 만촌동 한 버스정류장까지 일부러 차를 몰고 가다가 사무실로 돌아가 “사장 보내고 지금 간다”는 문자를 아내에게 보냈다.
김씨가 실종된 다음 날 오후 김씨 가족과 함께 경찰 지구대를 찾아 미귀가 신고를 하고 자기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조씨는 휴대전화와 PC로 포털사이트에서 땅속 시체 부패, CCTV 녹화 기간, 검색어 지우기, 실종자 골든타임 등 단어를 검색했다.
조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처우개선이 되지 않고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검찰에서도 거듭 주장했다.
2011년 입사 당시 열심히 일하면 자녀 유학자금을 주고 노후도 보장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장을 살해하기 직전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지만, “각자 인생은 각자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는 취지로 무시하는 발언을 해 격분했다고도 진술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상황이어서 이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은 공범 가능성도 다각도로 수사했으나 단독 범행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씨는 지난달 18일 건설사 사장 실종 사건 발생 후 행적 등을 수상히 여긴 경찰에 붙잡힌 뒤 범행을 시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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