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 살인범’ 범죄동기 밝혀낸 프로파일러 ‘여성 3인방’

‘강남 묻지마 살인범’ 범죄동기 밝혀낸 프로파일러 ‘여성 3인방’

입력 2016-05-28 09:53
수정 2016-05-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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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갑 채우진 않지만, 사건 해결에 꼭 필요한 존재죠”

“최근 투입된 한 살인사건에서 도통 입을 열지 않던 핵심 관련자들을 심리 면담한 끝에 결국 자백을 받아냈죠. 직접 수갑을 채운 건 아니지만 사건 해결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신났습니다.”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일이 일어난 뒤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경찰이 “여성에게 항상 무시당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공개하면서 여성혐오 범죄 논란이 일었고, 범행 동기를 밝혀내는 데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들이 활약했다.

2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소속 프로파일러인 이주현(37·여) 경사, 이상경(33·여) 경사, 한상아(25·여) 경장을 만났다.

이들은 이번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뿐 아니라 ‘트렁크 시신’ 김일곤 사건, 관악서 황산테러, 새마을금고 강도 등 서울에서 일어난 굵직한 범죄들을 분석했다.

명함에 적힌 정식 직함은 범죄행동분석 전문수사관이다. 이곳에는 세 사람 말고도 두 사람의 남성 프로파일러가 함께 근무 중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 김모(34·구속)씨를 면담하고 밤을 새워 머리를 맞대 그의 심리를 분석, 범행 동기를 밝혀내는 데 일조했다.

프로파일러들은 대부분 심리학 전공자들이다. 이주현 경사는 경북대, 이상경 경사는 이화여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유학파인 막내 한 경장도 홍콩중문대에서 사회문화심리학을 전공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경찰에 비판이 쏟아진 것과 관련, 사회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경 경사는 “지금 경찰이 분류하는 범죄 종류 중 하나로 자리잡은 묻지마 범죄도 10년 전만 해도 없었던 용어였다”며 “많은 분이 느끼는 부분이 있다는 방증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그널’로 최근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경찰에 도입된 지 10여년 밖에 안된 신종 분야라, 이들은 프로파일러 분야의 개척자들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홍콩중문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2월 합류한 경력 4개월차 막내 한 경장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프로파일러가 수사의 주인공처럼 그려진다”며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사건 해결에 필요한 부속품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현 경사는 “처음엔 우리가 먼저 나서서 사건이 발생한 경찰서에 연락해 사건을 분석해보고 싶다고 부탁해야 했다”면서 “지금은 한 달에 12∼13건 정도 분석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경찰 내부의 인식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보통은 살인이나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 범죄를 분석하는데, 최근에는 경제범죄 분야를 수사하는 곳에서도 범행 분석을 요청할 정도로 활동 범위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프로파일러 분야가 여성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주현 경사는 “전체 프로파일러의 70% 가량이 여자”라며 “꼼꼼히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추론·분석 하는 일이 많아 여성들의 성향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한 경장은 “아직은 우리 프로파일러들이 ‘있으면 좋은 나사’처럼 수사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나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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