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원 선진규 법사 “등값은 화합·상생 정치로 갚아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를 올렸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정토원이 부처님 오신 날을 사흘 앞둔 11일 의미 있는 연등을 내걸었다.
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올렸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정토원 앞 수광전과 산책로에 11일 제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 이름이 적힌 ’화합 상생의 연등’이 내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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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등 하나하나에는 4·13 총선에서 당선한 제20대 국회의원 300명(비례대표 포함) 이름이 적혔다.
연등에 붙인 명패에는 당명(黨名), 무소속을 빼고 ‘국회의원 000’ 식으로 이름만 적었다.
이 연등을 내 건 사람은 정토원장인 선진규(82) 법사다.
선 법사는 “새 국회가 여야 없이 함께 힘을 모아 상생하고 화합하는 정치를 펼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등을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고문을 맡고 있다.
선 법사는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당, 여야가 따로 있느냐”며 “협력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90년 역사를 가진 정토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화장한 유골을 49재를 봉행할 때까지 안치했던 곳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후 봉하마을 사저에서 1㎞가량 떨어진 이곳을 생전 산책 삼아 자주 찾아 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선 법사와 노 전 대통령도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선 법사는 “노 전 대통령도 동서화합과 통일을 간절히 원했다”며 “20대 국회의원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전심전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토원에는 이날 총선 때 여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서 62.3% 득표로 당선된 더민주당 김부겸 당선인도 찾았다.
김 당선인은 “당리당략을 떠나 상생과 화합을 주창하는 이런 분들이 많아야 한다”고 덕담을 건냈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사찰에 등을 달려면 위치에 따라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당선인 등’ 300개는 애초 등값을 기대하지 않고 정토원 비용으로 내걸었다.
선 법사는 “등값은 국민을 위해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 민족 숙원인 통일의 정치를 펼치는 것으로 갚으면 된다”며 껄껄 웃었다.
정토원은 이날 오후 7시 300개 연등을 밝히는 소박한 봉축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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