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휘둘러 버스비 갈취 고교생, 피해학생 지속적으로 괴롭혀

흉기 휘둘러 버스비 갈취 고교생, 피해학생 지속적으로 괴롭혀

입력 2016-05-03 10:47
수정 2016-05-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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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이” 학교 측 괴롭힘 알고도 안일하게 대응, 화 키워

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했던 피해 학생이 학교에서 오랜 기간 가해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온 내용이 확인됐다.

학교 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안일하게 대응, 결과적으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이 학교와 경찰에 따르면 버스비를 주지 않는다며 지난달 29일 청주의 모 상가 화장실에서 흉기를 휘두른 김모(17)군은 피해 학생인 신모(18)군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것으로 확인됐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이들은 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2학년에 진급한 뒤 김군이 신군의 넥타이와 금품을 가져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이들의 관계는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다.

동등한 친구 관계가 ‘갑’과 ‘을’, 주종관계로 변한 것이다.

김군은 신군에게 수시로 버스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김군은 신군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욕설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를 확인하고 놀란 신군의 어머니가 학교 측에 적절한 주의와 지도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김군에게 주의만 주고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김군과 신군을 친한 친구사이로 봤다. 그동안 김군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신군이 지속적으로 김군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학교 측은 사소한 다툼일 뿐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 측은 신군 부모도 김군의 사과를 받아들여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군이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했고, 신군 어머니도 처벌은 원치 않으셨다”며 “꾸준히 김군에게 주의를 주며 지도했다”고 말했다.

욕설 문자를 보낸 사건과 관련 학교 측은 징계 수준을 결정하는 자치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신군이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학교 측은 이런 실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에야 학교 측은 부랴부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선후배나 친구들 사이에 또 다른 학교폭력 사례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피해조사에 나섰다.

학교폭력이 신체·언어폭력,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 폭력 등을 망라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학교 측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의 징후가 나타나면 주의 깊게 관찰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충북지부 김정아 상담사는 “청소년기는 매우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라도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이상징후가 보이면 학교나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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