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증 입국 제주도 ‘불법체류자 양산소’ 오명 제주서 작년 2천978명 늘어…전국 증가자의 절반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무사증 입국제도가 악용되면서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외국인들의 밀입국과 불법취업 수법도 더욱 조직화·지능화하는 데다 범죄도 급격히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국내 불법체류자 해마다 증가…제주 가장 심각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불법체류자는 연말 기준 2011년 16만7천780명, 2012년 17만7천854명, 2013년 18만3천106명, 2014년 20만8천778명, 2015년 21만4187명 등으로 증가 추세다.
2015년 연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강력한 불법체류자 관리정책으로 효과를 본 일본의 불법체류자 수 6만2천818명의 3.4배에 이른다.
일본 법무성은 2004년 ‘불법체류자 5개년 반감 계획’을 수립해 불법체류자 단속 직원의 수를 큰 폭으로 늘리고, 불법체류자 고용업체에 대한 벌금을 대폭 올리는가 하면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도 병행해 불법체류자 줄이기에 성공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수를 20만명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 올해를 ‘불법 체류 감소 원년의 해’로 정하고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제도상 허점과 인력 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적은 단속 인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전문으로 맡은 직원은 150여명 선이다. 단속 직원 1인당 1천400명 이상의 불법체류자를 쫓아야 하는 형국이다. 이들마저 단속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다양한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국에서 불법체류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제주도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연말 기준 2011년 104만5천637명, 2012년 168만1천399명, 2013년 181만2천172명, 2014년 285만9천92명, 2015년 262만4천260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의 비율은 2013년 기점으로 급증해 2015년 기준 85.3%에 달한다.
비자 없이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연말 기준 2011년 11만3천825명, 2012년 23만2천929명, 2013년 42만9천221명, 2014년 64만5천301명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 62만9천724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도내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연말 기준 2011년 282명, 2012년 371명, 2013년 731명, 2014년 1천450명, 2015년 4천353명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도내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급증세는 연간 2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게 된 2013년 이후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한류 열풍과 함께 관광지로서 제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제주의 경제 상황, 취업 여건 등에 대한 정보가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로 널리 퍼지게 됐고, 덩달아 불법 취업을 알선하는 해외 브로커 조직도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작된 무사증 입국제도가 불법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 조직의 ‘날개’로 악용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내 외국인 불법체류자 적발 건수는 2011년 53명, 2012년 147명, 2013년 172명, 2014년 602명 등으로 4년간 평균 적발률이 29%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제주가 외국인 불법체류와 밀입국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 무사증으로 관광을 온 베트남인들의 무더기 무단이탈 사건이다. 베트남인 59명은 1월 13일에 숙소를 이탈했고,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관계기관은 아직도 불법체류자 23명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 불법체류·이탈수법 날로 조직화·지능화
적발이 저조한 것은 단속의 물리적 한계와 무사증 입국자의 이탈 수법의 조직화·지능화 때문이다.
2012년 11월에는 소형 고속보트를 타고 제주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시도하던 중국인과 알선책 등 3명이 해경에 붙잡혔다. 알선책은 소형 고무보트에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 2명을 싣고 나간 뒤 근해에서 낚시 어선으로 갈아타는 수법을 썼다.
활어운반차, 냉동탑차, 이삿짐 차량, 폐지 화물트럭 등에 몰래 태워 이탈을 시도하다 붙잡힌 적은 있지만, 소형 고무보트와 낚시 어선을 함께 이용한 시도는 처음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승합차 지붕의 캐리어에 숨어 완도행 여객선에 타려던 중국인이, 같은 해 7월에는 한림항에서 컨테이너에 숨어 목포항으로 출항하는 화물선 S호를 통해 도외로 이탈하려던 중국인 7명과 내국인 알선책이 관계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제주도 내에 불법체류하며 취업했다가 검거되는 일도 적지 않다.
지난달 26일에는 무사증 입국 외국인 등을 제주지역 공사현장 등에 취업하도록 알선한 브로커 4명이 구속 기소됐다. 수사과정에서 농장 등에 취업한 중국인 26명도 현장에서 검거돼 추방됐다. 중국인을 불법 고용한 21개 사업장도 한꺼번에 적발됐다.
농장이나 식품가공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고용주들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 임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업주가 구속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 탓에 불법체류자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체류를 돕는 외국인 알선책이 증가하는 점도 특징이다.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중국인과 재중국동포(조선족) 알선책이 제주와 중국 등을 오가며 한국인 알선책과 함께 무사증 입국자를 다른 지역으로 빼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무비자로 제주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농장,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다가 ‘타지역으로 가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불법 이탈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다른 지역에 들어가 취업할 목적으로 밀입국이 쉬운 제주에 들어오기도 한다.
◇ 외국인 범죄도 덩달아 증가
불법체류자가 늘면서 도내 외국인 범죄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제주지검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자수가 연말 기준 2011년 350명, 2012년 335명, 2013년 457명, 2014년 477명, 2015년 673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범죄의 양상 역시 강도, 마약, 강제추행, 강간, 살인 등으로 흉포화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유모(23)씨가 제주시 연동 모 나이트클럽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 서모(32)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인 장모(30)씨 등이 제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중국인 A(44)씨를 감금·폭행하고 돈을 뜯어내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7일에는 50대 중국인이 흉기를 들고 제주시내 한 가정집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살인사건도 2012년 1건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해마다 1건씩 발생했다.
지난 13일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임야에서 지난해 10월 무사증으로 입국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중국인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 “무사증 입국제도 보완 시급”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테러지원국가 등 11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국민은 사증 없이 30일간 여행이 가능하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사증을 받고 입국하는 외국인 단체여행객을 모집한 여행사에 적용되는 여행객 무단이탈 보고 의무가 있는데, 제주에서는 ‘특별법’에 따라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 무사증 입국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수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유관기관과 공조를 통해 제주도 내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취업 브로커, 상습 불법고용주는 구속수사로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무사증 이탈 알선 조직의 변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관계기관과 협조를 통해 해상을 통해 무단이탈하려는 무사증 입국자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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