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주체사상 몰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 ‘주체사상’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현행 검정교과서들이 김일성의 통치 기반이 된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가르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진보 학자들은 새누리당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검정교과서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가르치고 북한의 세습정권을 미화한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이 문제를 제기한 교과서 가운데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407쪽의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천재교육 329쪽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1960년대에는 중소분쟁을 계기로 중국과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독자적 자주 노선을 추구하는 한편,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인데도 그것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이에 대해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문제점까지 거론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무시하고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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