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념상 주최 측이 제한 내용 알수 있는 상태면 적법
경찰이 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때 주최 측에 이런 내용을 담은 통보서를 직접 전달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사회통념상 주최 측이 통보서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라고 보인다면 적법하게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7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정씨는 2011년 8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대학생 등 2천500여명과 함께 4차 희망버스 시위에 참여해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부터 독립공원까지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당시 금속노조는 경찰에 이 지역의 차로를 포함한 인도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초 금속노조가 신고한 행진로를 수정하고,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행진하도록 하라는 조건을 붙여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다만 통보서를 직접 전달하지는 않고 사무실 우편함에 넣어뒀다.
정씨 등은 애초 계획대로 4차로까지 점거해 행진하다 육로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왕복 8차로 가운데 편도 4차로를 점거해 행진한 것은 한쪽 방향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말라는 집회 조건이 주최 측에 적법하게 통보됐다고 속단하기 어렵고, 실제로 집회 참가자에게도 이런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신고된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보서가 적법하게 주최 측에 통보됐다고 봐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경찰이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담은 통보서를 금속노조 조직국장의 요구에 따라 우편함에 넣은 만큼 사회통념상 금속노조가 통보서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였다고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통보서가 적법하게 전달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정씨가 참여한 시위가 교통방해를 유발했는지 등은 살펴보지 않은 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적법하게 통보됐음을 전제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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