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인권위’ 잇단 현장 행보…신뢰회복 계기 되나

‘이성호 인권위’ 잇단 현장 행보…신뢰회복 계기 되나

입력 2015-08-20 10:03
수정 2015-08-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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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자 면담·위안부 피해자 방문’기대 속 순탄한 출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취임 직후 고공농성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을 만난 데 이어 첫 공식 외부 행사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면담에 나서는 등 눈에 띄는 현장 행보로 관심을 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현병철 전 위원장 재임 6년 내내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는 침묵해 일각에서 ‘식물위원회’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새 수장을 맞은 인권위가 옛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실추된 위상을 되찾아야 하는 ‘이성호 인권위’가 당면한 과제로는 ‘권력 눈치 보기’를 경계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민사회와의 협력 속에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는 것 등이 꼽힌다.

◇ 이성호號 인권위 위상 회복할까…시민사회 “기대 속 주시”

인권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20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면담할 계획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인권침해의 가장 참혹한 현장에 계셨던 분들”이라며 “이 위원장이 할머니들을 만나뵙고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달 13일 취임식을 치른 직후 인권위 건물 옥상에서 농성 중인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인권 현장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임자와 다른 인권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전임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 관련 연구나 활동 경험이 거의 없어 취임 직후부터 자격 논란을 겪었다.

법관 출신으로 인권 분야에서는 큰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 위원장도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인권 현안에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이 위원장이 취임 첫날 고공농성 노동자 가족을 만난 것을 언급하며 “인권위원장이 비정규직 문제, 고공 농성을 다 풀지 못하겠지만 그런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낮은 곳에서 아파하는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인권위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저절로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은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인권위에 부여된 과제를 잘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현병철 전 위원장도 처음엔 교수출신이라 권력에 아부하거나 눈치 보기 하지 않는 무색무취한 인물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 위원장이 개별 사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분명한 색깔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독립성·공정성 확보, 조직 쇄신 등 과제

이 위원장이 기대감을 높이는 활동으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그의 앞에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는 취임식에서 인권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라고 가장 먼저 강조했다.

입법, 사법, 행정권으로부터 독립해 인권 수호의 최후 보루가 되는 것이 인권위의 존재 의미라며 독립성과 공정성을 가장 근본적인 가치로 꼽은 것이다.

그의 취임사는 그동안 인권위가 숱한 논란을 겪으며 뿌리부터 흔들렸다는 안팎의 지적에 대한 자기성찰을 담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엇보다도 인권위가 국민과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대통령이나 정권에 부담되는 인권 사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독립성과 신뢰 회복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완 소장도 “인권위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제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민사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기도 쉽지 않은 숙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기 목소리가 크고 자존심이 강한 시민단체나 인권단체들과 협력을 도모하는 일이 법관 출신으로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위원장이 먼저 이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자세로 마음을 활짝 열고 적극적으로 화해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병철 전 위원장 재임 6년간 전문성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인권위의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새 위원장은 인권 감시기구로서 정체성이 훼손된 조직을 추스르고 전문성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살려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전문성을 갖추고 인권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로 사무처를 다시 구성해 진정 조사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일한다면 과거 파행적인 운영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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