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돈, 이인제 의원에 직접 전달” 진술도 확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게 당 대표 경선 지원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건넨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전해졌다.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한 자신의 측근 정치인에게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천만원을 직접 건네받았다는 진술이 검찰에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옛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이 치러진 2013년 5월을 앞두고 성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건네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최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김 의원을 돕겠다는 뜻에서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2013년 초부터 당 대표 경선이 치러진 5월까지 성 전 회장과 빈번하게 만난 정황도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 등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최고위원도 성 전 회장과의 금품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박모 전 경남기업 고문이 이 의원에게 2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고문은 이 의원의 정책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측근인 류승규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총선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명목으로 성 전 회장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역시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자주 이름이 등장하는 정치인이다.
검찰은 김 의원과 이 의원 모두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 의원은 24일, 이 의원은 해외 출장을 마친 뒤인 26일께 검찰에 출석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의혹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검찰이 수사 중인 의혹 사항에 대해 “황당한 얘기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환 일정에 대해서는 “당과 상의하고 있다”면서 “의혹이 사실이 아닌데 당 대표 출신이 출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원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며 검찰에 나가서 모든 것을 상세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이 성 전 회장과 금품거래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단서가 나오더라도 금품거래 현장을 증언할 목격자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처벌까지 이어질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07년 12월 특별사면을 받은 성 전 회장이 정권 실세 등에게 금품을 건넨 게 아니냐는 의혹이 규명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건평씨가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청와대 등에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경남기업 관계자에게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평씨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건 이번이 4번째다.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2008년에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2012년에는 회삿돈 횡령 사건에 각각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건평씨와 성 전 회장 사이에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돈거래가 있다면 특사를 대가로 한 것인지도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호철씨로부터 이날 서면 답변서를 제출받았다.
답변서에는 사면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던 성 전 회장이 다시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위 등 검찰의 질의사항에 대한 전 의원과 이씨의 진술이 기재돼 있으며 특별수사팀은 답변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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