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침해 아니라니…” 비판
게시물을 몸에 붙이고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것을 제지한 경찰의 조치는 정당한 직무 집행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국가인권위원회는 시국 관련 기도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성직자와 기도회 참석자들이 이른바 ‘몸 자보’를 붙인 채 행진하는 것을 막은 경찰의 조치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해달라는 진정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제단은 작년 8월 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기도회’를 마치고 인근 미술관으로 이동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세월호 참사 단식 기도회’, ‘국민 1일 단식’ 등 몸 자보를 붙이고 이동하는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상 ‘행진’에 속하지만 신고되지 않았기에 집시법 위반 행위이라고 밝히며 이들에게 자보를 떼고 흩어져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조치가 집시법과 경찰관 직무 집행법에 따른 정당한 직무 집행의 범위 안에 있고, 이동이 중단된 시간이 10여분 정도로 짧았으며 참석자들도 경찰의 요청을 수용해 몸 자보를 제거하고 이동했던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이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명숙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활동가는 “피해자들은 경찰의 제지 때문에 몸 자보를 직접 떼야 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이미 침해당한 상태였다”며 “그런데도 인권위가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 조치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도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한 경찰 조치에 대해 인권위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인권위 존재 의미가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