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138·143번 환자 ‘주목’…밀접 접촉자 추가 감염 우려
방역당국의 통제망을 벗어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3명이 향후 메르스 유행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이들은 삼성서울병원의 이송요원으로 증상 발현 후 9일간 근무했던 137번 환자(55), 이 병원 의사로 자가격리 대상에서 빠진 채 진료를 계속했던 138번 환자(37), 대청병원에 파견 근무했던 IT업체 직원으로 부산지역 병원과 약국 등에서 700명 이상과 접촉한 143번 환자(31)다.
3명 모두 방역당국의 밀접접촉자 관리에서 빠져있었던 사람으로, 많은 사람과 접촉해 새로운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메르스 유행 상황은 이들이 접촉한 사람을 촘촘하게 가려내서 또 다른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 증상 있는데도 9일간 서울삼성병원서 근무…이송요원 137번 환자
137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이송요원으로 일하던 중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증상 발현 후에도 9일간 이 병원에 근무면서 많은 사람을 접촉했다.
업무의 특성상 이송요원은 통상 적지 않은 환자들과 밀접접촉을 한데다 증상 발현 후 근무 기간도 열흘 가까이나 되는 만큼 또다른 슈퍼전파자가 될 확률이 가장 크다.
이송요원은 환자들의 휠체어 이동 혹은 침상 이동을 돕는 업무를 맡는다. 휠체어를 탄 환자를 응급실 혹은 진료실까지 데려다주고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를 엑스(X)레이, CT(컴퓨터단층),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장소 등에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접촉한 환자 중에서는 특히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메르스 바이러스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에 노출된 뒤 지난 2일 열과 근육통 등 메르스 관련 증상이 처음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후 10일까지 9일동안 이 환자가 직접 옮긴 환자는 76명이다. 노출된 의료진(52명)과 간접 접촉 환자까지 합치면 감염 위험이 우려되는 이들은 216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13일 언론브리핑에서 “이 환자가 제3의 슈퍼전파자(super spreader)가 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 자가격리 없이 ‘제한적’ 환자 진료 …삼성병원 의사 138번 환자
138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의 의사로, 지난달 27일 14번 환자에 노출된 후 지난 10일 오후 격리되기 전까지 제한적이지만 진료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 환자에 대해 “발병한 이후에는 진료를 하진 않았다”면서 “다만 그 이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제한적인 진료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가 14번 환자에 노출된 뒤에도 진료를 한 것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어 자가격리자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이 환자의 관리를 병원측에 맡겼고 병원은 그에 대해 모니터링만 해왔다.
대책본부는 14일 브리핑에서 “14번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격리가 아닌 병원 자체 모니터링 대상자였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138번 환자에게 노출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삼성서울병원측이 이 환자가 진료 행위를 한 시점이 무증상 기간이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환자와 직접 접촉한 기간이 긴 만큼 138번 환자를 통한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은 적지 않다. 138번 환자 역시 14번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지만 그에게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에 대해 14일 기자회견에서 “이 환자는 무증상 기간에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10일 오전 2명의 환자에게 심초음파검사를 한 것 외에 다른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으며 외래 진료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 부산지역서 700명 이상 접촉…IT업체 직원 143번 환자
143번 환자는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중 메르스에 감염됐다. IT업체 소속으로 이 병원에 파견돼 일했던 사람으로, 지하층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방역당국의 통제에서 빠졌다.
이 환자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적었던 부산 지역에서 열흘 동안이나 활동했기 때문이다.
143번 환자는 지난달 30일까지 대청병원에서 파견 근무한 이후 부산으로 돌아와 발열과 복통 증세를 호소하며 자혜내과와 부산센텀병원, 한서병원, 좋은강안병원 등을 차례로 들렀다.
이후 12일 오전 대청병원 근무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건소에 신고된 뒤 동아대병원 음압병실로 옮겨졌다.
아직 143번 환자와 접촉한 이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지만 이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환자 접촉력 파악이 늦었고 반대로 활동 기간은 길었던 만큼 그와 접촉한 사람의 수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4일 브리핑에서 “143번 환자의 접촉자 수가 대단히 많아 굉장히 예의주시하면서 관리를 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143번 환자가 부산에서 병원과 약국 등을 오가며 접촉한 것으로 파악한 사람은 700명 이상이다. 여전히 동선을 파악하는 중이라서 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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