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심리학자 “메르스공포 없애려면 대중의 두려움 존중해야”

美 심리학자 “메르스공포 없애려면 대중의 두려움 존중해야”

입력 2015-06-15 07:14
수정 2015-06-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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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빅 오리건대 교수 “신종질환 공포 ‘비이성적’ 아냐…신뢰·정보 제공이 해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번지면서 대중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학교 여러 곳이 문을 닫고 시장과 거리가 한산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는 소문과 경악이 되풀이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정부의 당부가 무색할 정도다. 전염병만큼이나 공포 그 자체가 무서운 이런 상황에 해법은 없을까?

’공포 전문가’로 꼽히는 폴 슬로빅 미국 오리건대 교수(심리학)는 “정부가 신종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비이성적 반응으로 깎아내리지 말고 사람들의 반응을 존중하라”고 당부했다.

방역 당국이 대중의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위기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성의있게 답하는 등 바른 정보 유통에 힘쓰면 신뢰가 회복되며 공포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슬로빅 교수는 인간이 전염병 창궐 등 위험(risk)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는 ‘위험인지’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작년 9월 ‘피투성이 열병’으로 악명 높은 에볼라가 미국에 상륙해 ‘피어볼라’(Fearbola·에볼라와 공포의 합성어) 위기가 닥치자 언론 기고와 정책 조언으로 미국 사회를 다독이는 데 앞장섰다.

슬로빅 교수는 15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낯선 신종 질환이 눈에 보이지 않게 퍼지며 사람이 죽으면 과학적 위험성과 관계없이 대중은 큰 두려움을 느낀다”며 “메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일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럴 때 ‘우리가 제일 사안을 잘 아니 무조건 지시를 따르라’고 하면 대중의 분노를 산다”면서 “신뢰받는 의학 전문가들을 기용해 현 상황과 관련해 직접 시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슬로빅 교수와의 일문일답.

-- 사람들이 메르스에 과민 반응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 위험인지는 이미 40년 이상 연구가 축적된 분야다. 이런 연구 결과로 볼 때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예견된 결과다.

낯선 신종 질환이 바이러스처럼 눈에 안 보이는 원인 때문에 퍼진다. 이 병 때문에 사람이 죽는데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정부를 신뢰할 수 없거나 당국이 해당 질병을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것 같다. 이런 조건은 모두 ‘사람을 무작정 펄쩍 뛰게 하는 것(hot button)’이다. 통계나 의학으로 입증된 질환의 실제 위험성과 무관하게 큰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 공기로 전파돼 전염력이 강하고 사망자도 많은 결핵보다 메르스를 사람들이 더 두려워하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는가

▲ 결핵은 오래된 질환이라 사람들이 익숙하다. 결핵을 어떻게 예방하는지 어느 정도 안다. 반대로 메르스는 최근 등장한 전염병이라 얼마나 잘 퍼지는지조차 모른다. 새롭고 낯설어 더 무서운 것이다.

-- 당국이 전염병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진정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일단 방역 작업에서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또 대중과 제대로 소통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 구체적 제안이 있다면

▲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의학 전문가들을 기용해 사람들의 질문을 듣고 현 상황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 메르스와 관련한 정보를 당국이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 정보화 시대에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이런 조처는 현명하지도 않다. 불신을 부르기 때문이다.

-- 정부가 공포의 자제를 호소하지만 이에 대한 반감이 작지 않다

▲ ‘우리가 제일 사안을 잘 알고 있으니 무조건 지시를 따르라’ ‘비이성적 행동을 삼가라’는 식의 태도가 있는데, 많은 위기 사례를 보면 이런 대처는 사람들의 분노를 산다.

고치기 어렵고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신종 질환을 대중이 무서워한다고 해서 이들이 비이성적인 게 아니다. 이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를 걱정하는 대중의 얘기를 듣고 이들의 두려워하는 반응을 존중하라. 당국이 대중에게서 방역과 관련해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동시에 최고의 전문가들에게서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

-- 메르스에 관한 유언비어는 어떻게 해결하나

▲ 소통을 잘하고 올바른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면 무책임하게 공포를 부풀리는 얘기는 자연스럽게 ‘묻히게(crowded out)’ 된다. 유언비어에 대한 형사 처벌이 효과적인 억제책이 될지는 확신 못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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