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회 신학용·신계륜 의원실 찾아 상황 재구성
“방 안에 가구는 어떤 식으로 배치돼 있었습니까?””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직사각형 테이블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한 7∼9명 앉을 수 있는”
”테이블만 있었습니까? 소파나 사무용 책상은 없었어요?”
”테이블과 의자만 기억 납니다. 소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판사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김민성(55) 이사장과 복도에서 이 같은 문답을 나누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비서실 출입구로 함께 들어갔다.
김 이사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63) 의원에게 ‘입법로비’를 위해 상품권 500만 원을 건넸다고 말한 장소다. 금품을 받은 인물·장소를 두고 준 쪽과 받은 쪽의 말이 엇갈리자 재판부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러 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장준현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부터 국회 교문위원장실 등에서 김 이사장의 금품 공여 혐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현장검증을 했다. 신학용 의원도 자신의 옛 사무실에 앉아 검증에 참여했다.
동행한 검사는 “신 의원 측은 보좌관을 통해서 상품권을 받았다고 하지만 김 이사장은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한다”며 김 이사장이 상품권을 줬다는 인물과 장소가 불분명한 만큼 현장검증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검증은 장 판사 등 재판부와 김 이사장, 검사가 함께 교문위원장 비서실과 수석전문위원실, 입법조사관실 등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했다. 각 방을 10∼15분마다 오가면서 김씨의 법정 증언과 실제를 맞춰보는 작업이 이뤄졌다.
장 판사는 “(검증 결과) 일정 부분은 법정 증언과 같았는데 일부 내용은 현장 상황과 맞지 않았다”며 김씨가 애초 언급한 수석전문위원실이 아닌 입법조사관실에 있는 탁자가 금품 전달 당시 본 것과 유사하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3시30분께부터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1) 의원실로 자리를 옮겨 40분가량 현장검증을 했다. 이곳에선 ‘소파에 돈을 두고왔다’는 김씨 측과 ‘의원실에는 소파가 없다’는 신 의원 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이날 실제로 의원실에 소파가 없자 동행한 검사는 “김 이사장은 대기실에서 30∼40분 기다리다가 아주 짧은 시간 의원실에서 신 의원을 만났다”며 “그가 방문한 유일한 목적은 청탁과 금품 공여였지 가구배치 파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 판사는 “신 의원 측은 김 이사장이 금품을 전달했다고 말한 2014년 당시에는 이미 의원실에 있던 낮은 탁자와 소파를 치우고 사비를 들여 높은 탁자와 의자로 교체해놓은 상태였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신계륜 의원은 김 이사장으로부터 현금과 상품권 등 5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신학용 의원은 김 이사장으로부터 교명 변경 법안 처리 대가로 1천500만원을 받고,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 발의 대가로 출판기념회 때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3천36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두 의원의 피고인 신문을 각각 진행하고 6월 초 최종변론과 함께 검찰 구형에 이르는 결심까지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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