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배 타고 월북’ 안보구멍에 연평도 ‘격앙’

‘탈북자 배 타고 월북’ 안보구멍에 연평도 ‘격앙’

입력 2013-04-05 00:00
수정 2013-04-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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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대책위 구성…국방부에 강력 항의

서해 북단 연평도에서 선원으로 일하던 한 탈북자가 어선을 훔쳐 타고 월북한 사건이 발생하자 섬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조업 통제 시간에 일어난 월북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방부에 강력히 항의하기로 했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탈북자 이혁철(28)씨는 연평도에서 어선(9t·진흥3호)을 훔쳐 지난 3일 오후 10시49분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했다.

연평도는 군사지역이어서 보통 일몰 이후에는 해병대 연평부대가 조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선착장에 묶여 있던 어선을 훔쳐 타고 서해 NLL을 넘는 10여 분 동안 우리 군의 레이더 감시망에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월북 사실이 알려진 지난 4일 오전 화가 난 연평도 주민 20여 명은 면사무소에서 주민 긴급회의를 열었다.

주민들은 안보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연평도의 한 주민은 회의에서 “해병대가 최근 전시 상황인데도 어선을 이용한 월북을 모르고 있었다”며 “국방부가 매번 말하는 ‘즉각 대응’이란 말이 무의미해져 군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고 성토했다.

연평면 주민 김명애(47·여)씨는 “조업구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벌금 물리고 조업 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야간에 배를 몰고 북한으로 갔는데도 군 당국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씨는 “포격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연평도 주민들은 약을 먹으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안보가 ‘뻥뻥’ 뚫리니 여기서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대·소연평도 6개 마을 이장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주민 박태원(53)씨는 “연평도 포격을 겪은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아직까지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들이 많다”며 “월북 사건을 계기로 아예 육지로의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주민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마을별 반상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청와대나 국방부 항의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조윤길 옹진군수는 격앙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이날 오전 군(郡) 행정선을 타고 연평도를 방문했다. 조 군수는 공공근로 중인 마을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으며 어촌계 지도자들과 면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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