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당하는 휴대전화 소액결제 사기] (하) 모르쇠 하는 이통사들

[눈뜨고 당하는 휴대전화 소액결제 사기] (하) 모르쇠 하는 이통사들

입력 2013-03-20 00:00
수정 2013-03-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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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8개월간 매월 1만6500원 사기 당해…” 통신사에 항의했더니…고객님 소액결제 서비스 차단하세요

소액결제(통신과금 서비스) 사기가 극성인 데는 남의 일인 양 수수방관 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의 책임이 크다. 통신사들은 기본옵션으로 소액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피해자의 환불·배상 요구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모르쇠로 일관한다.

얼마 전 ‘스미싱’(문자피싱)에 당해 11만원을 날린 직장인 조모(28·여)씨는 “이동통신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한번 신고해 보면 안다”고 말한다. 소액결제 사기를 당했다는 조씨의 신고에 상담원은 “스미싱에 활용된 업체가 전화하도록 할 테니 직접 통화해 돈을 받으라”고 했다. 조씨가 “여러 번 통화를 해도 업체가 환불을 안 해준다”고 하자 상담원은 “그럼 소액결제 중재센터에 접수하라”고 떠넘겼다. 친절하게 해당업체와 중재센터 전화번호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알아서 받아내라는 이야기다.

소액결제 사기를 당한 회사원 이정찬(30)씨도 통신사의 과실을 지적했다. 지난 8개월간 들어본 적도 없는 영화사이트에 월정액 1만 6500원씩을 낸 이씨는 뒤늦게 청구 사실을 알고 통신사에 문의했다. 상담원은 “소액결제 서비스를 차단(OFF)하시면 됩니다, 고객님”이라고 힘 빠지는 소리만 했다. 여러 번 통화했지만 콘텐츠 업체와 요금청구(결제) 대행사 탓으로 미루기만 할 뿐이다. 이씨는 “고객 돈이 빠져나가는 걸 뻔히 보면서도 나 몰라라 하는 지금의 행태는 직무유기”라면서 “소액결제에 당한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건 통신사 결제 시스템의 안전체계가 허술하고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에 대한 보안이 약하다는 방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소액결제 사기 피해자에게 통신사가 배상을 하라는 판단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결제대행업자, 게임(콘텐츠) 회사뿐 아니라 통신사에도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업체들의 배상책임을 소비자원이 인정했고 업체들도 이를 따르기로 한 만큼 통신사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배상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통신과금서비스 이용자 보호 개선 대책’의 초점도 이동통신사에 맞춰져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제공 중인 소액결제 서비스를 동의한 이용자에게만 제공할 것 ▲1년 이상 거래내역이 없을 때는 자동으로 정지시킬 것 ▲결제 관련 약관을 개정할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문자메시지 형태인 승인번호 외에 별도로 설정한 비밀번호(PIN)를 입력하는 ‘안심결제서비스’도 추진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통신사는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는 꼼꼼하게 설명하면서도 소액결제 서비스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늦었지만 통신사들이 경각심을 갖고 문제예방·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3-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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