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일방적 평가정책 예술계열 학과 제외하라” 이주호 교과 사퇴 요구도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가수이자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인 장혜진씨는 3일 굳은 표정으로 “취업률이라는 잣대는 예술가들이 겪어야 할 지난한 성장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또 “이제 막 졸업하고 음악계에 발을 디딘 제자에게 1년 이내에 빨리빨리 취업해서 취업률을 높여달라고 독촉하는 일은 나 스스로 예술인임을 포기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면서 “예술인이 홀로 서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계열 학과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이다.장 교수를 비롯, 전국 58개 실용음악 관련 학과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대학실용음악교수연합회는 3일 서울 종로구 당주동 ‘광화문 나무’ 카페 2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계열 학과의 취업률 평가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기자회견 뒤 교과부 항의 방문, “문화예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대학 예술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교과부의 취업률 평가정책을 백지화하라.”는 내용을 담은 51개대 교수 285명의 성명서 등을 교과부에 전달했다. 연합회는 지난 9월 5일 교과부가 학자금 대출제한 및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에 취업률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것에 반발, 지난달 23일 발족했다. 회견에는 장 교수와 장기호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 손무현 한양여대 교수, 김세황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선주 동덕여대 교수 등 음악인들이 참석했다. 또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등 16개 예술학과 관련 단체도 참여했다.
연합회 집행위원인 장기호 교수는 성명서를 통해 “교과부는 분야별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한 대학졸업 1년차만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단지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 직장에 취업하라는 것이 과연 예술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인가.”라며 예술대학에 대한 취업률 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연합회 측은 “실용음악관련학과는 2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 최고의 입학경쟁률, K팝 한류 열풍의 진원지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교과부만 관련 학문과 산업을 파괴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여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과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학생대표로 참석한 조소연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의장은 “학생들은 고액 등록금, 실습비, 암담한 미래의 삼중고를 겪지만 예술가라는 꿈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취업률 잣대는 부실대학 학생이라는 낙인까지 찍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준·김효섭기자 apple@seoul.co.kr
2011-1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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