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데 대한 대가” 선거법 조항엔 저촉될 듯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곽노현 캠프와 박명기 캠프 실무자 간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곽 교육감이 과연 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특히 이면합의를 진행했던 당사자가 “곽 교육감은 몰랐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그럴 경우 법리적용이 어떻게 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검찰은 곽 교육감에게 공직선거법 제232조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항 1항1호는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이익이나 직(職)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후보 사퇴의 대가로 사전에 금품과 자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로 이 조항에 저촉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에서 이면합의를 한 당사자인 이모씨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박 교수 측과 협상했지만 보고를 하지 않아 곽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박 교수가 합의 이행을 요구할 때까지는 이면합의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내가 약속한 것을 알게 된 곽 교육감이 거의 기겁을 했다. 굉장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
곽 교육감의 다른 측근도 “지난해 가을 이씨가 개인적인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육감이 그에게 역정을 냈으며 나도 (이런 일을 막지 못했다고) 교육감에게 맞을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이면합의에 금품이나 자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뒤늦게 사실을 안 곽 교육감이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랐다고 표현한 점에 비춰보면 금품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곽 교육감이 금품이나 자리를 제공하기로 한 실무자 간의 이면합의를 몰랐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선거법 제232조 1항2호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자에게 이익이나 직(職)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도 처벌토록 했다.
이씨의 주장대로라면 곽 교육감이 올 2~4월 박 교수에게 현금 2억원을 건넨 것은 232조 1항1호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1항2호에는 걸린다는 뜻이다. 물론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준 2억원이 후보자 사퇴에 따른 대가라는 점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
이 경우 곽 교육감은 이면합의의 존재를 언제 알았든지 관계없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곽 교육감 측의 회계책임자인 이씨가 이익이나 자리의 제공을 약속했다면 이씨 스스로 232조 1항1호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돼도 교육감의 당선은 역시 무효가 될 수 있다. 공직 후보의 공식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해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는 선거법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교육감 본인이나 이씨 중 한 사람만 혐의가 인정돼도 곽 교육감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