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해군기지 공권력 전격 투입한 배경은?

경찰, 해군기지 공권력 전격 투입한 배경은?

입력 2011-09-02 00:00
수정 2011-09-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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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공사강행 의지 반영..갈등 조정능력 부재

경찰이 2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600여명의 경찰을 전격 투입해 농성 중인 반대세력을 진압했다.

경찰과 해군은 구럼비 해안 등 기지 부지 안에 있던 농성자들을 모두 밖으로 몰아내고 울타리를 설치해 부지 내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굴착기에 올라타는 등 울타리 설치공사를 방해한 30여명을 연행했다.

진압경찰을 현장에서 지휘한 윤종기 충북지방경찰청 차장(경무관)은 “해군이 1일 시설보호 요청을 해와 경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해군의 요청에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 해군기지 공사를 강력히 밀고 나가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시작했으나 올해 6월 말 공유수면 준설공사를 벌이다 주민 등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2014년까지 9천776억원을 들여 이지스함을 포함해 해군 함정 20여척과 최대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댈 수 있는 49만㎡ 규모의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중단됐다.

정부와 해군은 공사 중단으로 한달 평균 6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는 데다 중요한 국책사업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서자 결국 공사를 강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달 14일 1차로 수도권 지역 전경과 여경기동대 등 600여명의 경찰과 물대포, 진압 장비 차량 등을 제주에 파견하고 공사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31일에는 김관진 국방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이 “외부 반대 단체가 중심이 돼 불법적으로 사업 추진을 막았다”며 반대 활동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합동담화문을 발표했다.

제주지법도 같은 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사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고시해 반대 세력을 압박했다.

서귀포경찰서는 지난달 26일 해군기지 건설 사업 현장에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강정마을회 강동균(54) 회장을, 또 다른 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1일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시민운동가 3명을 연행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해 공권력 투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쳤다.

경찰은 앞으로 해군의 요청이 없더라도 공사 차량의 운행을 막거나 집회를 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즉시 체포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해군이 기지 건설공사를 원만히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찰이 2개월여를 거의 방치해오다 뒤늦게 공권력을 투입한 데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오래갔음에도 해군과 국토해양부 등 정부가 직접 조정에 나서지 않고 제주도에만 조정역할을 맡긴 채 그동안 수수방관해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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