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낙농가 원유납품 거부…장기투쟁 태세

전국 낙농가 원유납품 거부…장기투쟁 태세

입력 2011-08-03 00:00
수정 2011-08-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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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까지 ℓ당 173원 인상 안되면 무기한 집유 거부”

전국 40만여 낙농가들이 원유(原乳)값 인상을 요구하며 3일 하루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동맹 파업’에 나섰다.

3년째 동결돼 현재 ℓ당 704원인 원유 납품가를 173원 올려줄 것을 요구하며 유가공업체에 대한 원유 납품을 거부한 것이다.

낙농인들은 일부 원유 공급차량 통행을 저지하는 한편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원유를 생산할수록 빚만 늘어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의 협상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5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위협했다.

◇낙농가들 집유차량 저지..기자회견 개최

경기 안성ㆍ평택지역 낙농인 70여명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안성시 사곡동 서울우유 남부집유소에 모여 원유 공급차의 농가 진입을 막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안성에서 젖소 1만5천마리를 기르는 156개 낙농가의 모임인 안성낙농회의 현연수(47) 회장은 “생산한 원유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원유를) 빼가진 말라는 경고 차원에서 아침 일찍 모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 회장은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보장되도록 원유 가격을 올려달라는 건데 정부는 물가 핑계로, 유가공업체는 마진 하락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경남도지회 회원 10여명은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회원들은 “정부는 배후조종, 유업체는 시간 끌기, 낙농진흥회는 정부ㆍ유업체 눈치 보기만 하며 낙농인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관련 당사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들은 협상 시한인 5일까지 원유값 인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한 원유를 시ㆍ군청에서 쏟아버리겠다며 “토양오염 방지를 위해 미리 통을 준비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기관에 보냈다.

회원들은 원유를 통에 쏟아부을 때 아예 폐기처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빨간색 잉크를 타겠다는 강경 분위기다.

경남도지회는 협상결렬시 시ㆍ도지회장들의 결정에 따라 릴레이 집회를 하기 위해 오는 26일까지 경남도청 앞 집회신고도 내놓은 상태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화성리에서 21년째 젖소를 키우고 있는 황의현 천안낙우회연합회장은 젖소 100마리가 이날 하루 생산한 원유 1천700ℓ를 모두 내다 버리기도 했다.

◇”생활이 안된다..아들에 절대 안물려준다”

경기 화성시 비봉면에서 젖소 70마리를 기르는 이종찬(58)씨는 “오늘 원유 공급은 거부했지만 새벽 6시 축사에 나와 젖을 짰다”며 “젖을 짤수록 빚은 늘고 괜히 시작했나 싶다”고 푸념했다.

이씨는 “매달 원유값 1천900만원를 받아 사료비 등 이것저것을 빼고 나면 150만원 남는데 이 돈으론 생활이 안 된다”며 “일을 안하면 안했지 아들에게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강원 철원 김화읍 청양리에서 30년째 젖소를 키우고 있는 이국재(54)씨는 “이번에 원유값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낙농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3년 동안 원재료 값이 30~40% 오르고 기계값도 천만원 단위에서 억원 단위로 상승했는데 우유값은 그대로니 빚더미에 나앉을 수 밖에 없다”며 “적어도 생산비 정도는 나오게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원 철원낙농영농법인조합 이순규(52) 대표는 “매출은 높은데 수익이 안 나 60여 농가가 모두 마이너스 통장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며 “더이상은 농민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전국 낙농가들은 “2008년 8월 원유값 인상 이후 가격 인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동안 사료값은 30% 이상 인상됐고 기계값도 올라 원유가를 ℓ당 704원에서 173원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다 사료값 안정과 육우가격 대책,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대책 등도 요구하고 있다.

◇무기한 집유 거부?..극적 타결?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대표는 지난 6월 21일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1차 협상을 가진 이후 40일이 넘도록 원유가 인상 협상을 벌여 왔다.

생산자 측은 처음부터 173원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가공업체 측은 41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낙농육우인들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전국 회원 등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원유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 등 간부들은 이날 행사 후 국회 앞에서 삭발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낙농진흥회 소위 7차 협상 결과 진흥회 측이 60원과 81원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가공업체 측이 긍정적 검토 입장을 보인 반면 생산자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국 낙농가들은 3일 하루 유가공업체에 공급할 5천100t 가량의 원유 집유를 거부했다.

매일 젖을 짜야하는 특성상 대부분 착유를 해 자체 냉각기에 보관하고 일부는 폐기했다.

하루 경고성 파업 후 4일과 5일에는 원유공급을 재개하겠지만 5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무기한 집유 거부에 나서겠다는 것이 낙농육우협회의 결의다.

낙농육우협회 경남도지회는 “국민의 필수식량인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산업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다”며 “낙농산업 기반을 지키고 생존권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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