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그림 10여점 구입경위 등 추궁… 구속수사 검토
오리온 그룹 비자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3일 담철곤(56)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담 회장을 한두 차례 더 부른 뒤 구속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담 회장은 검찰이 통보한 출석 시각보다 30분 이른 오전 9시쯤 변호인 2명과 함께 검찰청사로 출석해 조사실로 향했다. 담 회장은 앞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오리온 ‘금고지기’ 조경민(53) 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100억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계열사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자금 관리 상황을 담 회장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 정도, 전달받은 비자금 총액 및 사용처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담 회장 자택에 보관돼 있던 그림들의 성격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14일 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계열사 자금으로 구입한 수억원을 호가하는 그림 10여점을 발견했다. 검찰은 회사 소유의 그림을 자택에 걸어두고 감상한 것은 횡령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담 회장 측은 단지 보관만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문제됐던 그림 ‘행복한 눈물’이 “갤러리 측에서 구매를 권하기 위해 잠시 걸어 둔 것”이라며 범죄 혐의와 무관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윤갑근 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그림 구입 경위 등 구체적 상황이 삼성 수사와 다를 수 있다.”고 말해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담 회장을 소환함에 따라 사법처리 수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자금 액수나 죄질 등을 감안할 때 구속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에 대한 조사가 정리되는 대로 부인 이화경(56) 사장의 소환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05-24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