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北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 계기로 3국 공조 가속화
한미일 3국이 다음달 말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을 앞두고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하는 미사일 경보훈련(Missile Warning Exercise)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사일 방어(MD) 공조체제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국방부 관계자는 16일 “과거 한미일은 림팩을 계기로 수색·구조훈련을 주로 했지만 미사일 경보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훈련에는 한미일 3국의 이지스 구축함 3척이 참가해 북한이 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미군 항공기가 가상의 표적 역할을 하고 한미일의 이지스 구축함이 이를 탐지·추적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훈련은 진행된다. 3국은 하와이에 있는 미군의 육상 중계소를 통해 미사일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서 한미일은 정보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망)를 잠정적으로 구축해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련의 정보공유는 한미일이 2014년 체결한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이뤄진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정보공유 약정은 3국이 미국을 매개로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일 양국의 직접적인 정보공유는 아직 불가능하다.
정보공유 약정 체결 이후 한미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공유한 적은 있지만, 미군의 육상 중계소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공유 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훈련이 한미일 3국의 MD 공조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3국이 해상 MD 체계 공조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분석도 나온다.
훈련에서 한미일의 정보공유는 북한 미사일의 탐지·추적 단계에 한정되며 요격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는다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일 양국이 미사일 요격훈련을 함께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며 “정보공유 약정도 미사일 요격을 위한 정보공유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이 이번 훈련을 ‘MD 연합훈련’으로 규정하고 3국이 북한 미사일의 요격 시뮬레이션을 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훈련은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MD 체계에 편입되는 것과도 무관하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MD 체계에 참가한다는 것은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 운용 등 모든 단계에 걸친 높은 수준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며 “우리 군은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미국 MD 체계 편입 여부를 떠나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이 MD 공조체제를 빠르게 강화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올해 안으로 오산기지의 우리 군 연동통제소(KICC)와 미군 연동통제소(JICC)를 데이터 공유체계인 ‘링크-16’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자 미국의 조기경보위성(DSP)뿐 아니라 미국 MD 체계의 핵심 전력인 ‘우주 기반 적외선 탐지시스템 위성’(SABIR)이 수집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JICC는 주일미군과 연동돼 있고 주일미군은 일본 자위대와 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한미일은 사실상 북한 핵·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곧 구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미국 전략사령부 주관으로 열린 다국적 탄도미사일 방어연습인 ‘님블 타이탄 16’ 워게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한편이 돼 북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한 정보공유 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3국이 MD 체계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MD 체계를 강화하는 큰 흐름 속에서 진행 중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이런 움직임을 가속하는 촉매 구실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이 한미일 3국의 미사일 경보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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