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우리에게 어떤 나라도 영향력 행사 못 해”
북한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시진핑(習近平) 정부를 압박하는 미국 정부를 향해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하고 있다”며 중국 편들기에 나섰다.북한 노동신문은 21일 ‘남의 손으로 불덩이를 쥐게 하는 파렴치한 술책은 통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중국을 내세워 우리를 압박한다고 하여 조중(북중) 두 나라 인민이 반제·반미 항전을 통해 피로써 맺은 우의와 친선의 전통을 절대로 깨트릴 수 없다”며 ‘북중친선’을 강조했다.
논평은 “조중 인민이 쓴 우의와 친선의 역사는 미국이 무례·무도하게 놀아댄다고 하여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그 누구를 저(자기)들의 파수꾼, 저들이 채찍으로 때려 모는 마차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망신과 배척밖에 당할 것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중국 책임론이 본격화는 데 대해 중국이 발끈하고 대응해 나서는 상황에서 북한이 공개적으로 중국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논평은 북핵 문제는 북미 사이의 문제라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3일 내놓은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라”는 평론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주장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편들었다.
신문은 중국을 향해서도 “대양 건너 미국의 압박에 떠밀려 이마를 맞대고 사는 이웃에게 해를 끼쳐서 좋을 것이 쥐뿔도 없다는 데 대해서는 압록강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어린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제재에 편승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북한의 이 같은 중국 편들기는 미·중 갈등을 부채질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논평은 “자주적 대가 확고히 선 우리에게 그 어떤 나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우매하게 놀아대고 있는 미국이 참으로 가련하다”라며 “세계가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 통로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중국 역할론에 매달리는 미국의 발악적 추태’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강박은 조선의 핵 능력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는 현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미국의 절망과 좌절감의 표출”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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