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듣고 즉시 달려와 “우물 빠진 돼지같은 총체적 위기…다시 일어서야”
강진에서 칩거하다 최근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8일 별세한 ‘민주화운동 역사의 산증인’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찾았다.고인이 ‘길 위의 목사’로 불릴 정도로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원로인데다, 손 전 고문은 자신의 결혼식 주례를 부탁할 정도로 평생을 멘토로 삼아왔던 만큼 부음을 접하자마자 강진에서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을 마친 손 전 대표는 유족들의 손을 굳게 잡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손 전 대표는 “제가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고 찾아간 서울제일교회에서, 박 목사님은 반유신운동의 선봉 역할을 하고 계셨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고인이 주례를 서주고 손 전 상임고문에게 목회자의 길을 권했던 일이나, 기독교 싱크탱크의 원장을 맡으라고 권유했던 일 등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제 청년기 이후의 삶을 결정해주신 분”이라며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셨고 기독교를 민주화운동에 선봉에 서게 한 선봉장”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손 전 상임고문은 민주화운동의 원로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어른이 돌아가셨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지금은 나라가 총체적 위기”라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 한반도가 새로운 분쟁의 중심지 되지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물에 빠진 돼지같은 형국에서 탈출해야 한다”면서 “우리 국민은 위대한 에너지와 정신을 가진 국민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는 데 저도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며 정계복귀 이후의 각오를 넌지시 내비쳤다.
이날 강진에서 상경한 손 전 상임고문은 5일장이 치러지는 동안 빈소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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