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스승의날 맞아 ‘선생님께 바치는 편지’ 공모
“오늘도 앞으로도 선생님은 제게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셨습니다.”대한적십자사(한적)가 스승의 날을 맞아 공모한 ‘선생님께 바치는 편지’에 접수된 김재영(금명여자고교) 양의 사연 가운데 일부다.
14일 한적이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김양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중학교 1학년 재학 당시 ‘왕따’였다. 학업성적은 뛰어났지만, 몸이 또래보다 뚱뚱했다는 이유로 학급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았던 것이다.
친구들이 김양의 자리로 쓰레기를 던지는가 하면, 공부를 하고 있으면 뒤통수를 주먹으로 치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님마저 성적을 올리라고만 다그쳤기에 밤이 되면 학원에서 돌아와 방문을 닫고 이불을 덮은 채 노래를 듣는 게 김양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불 속에서 숨죽여 운 적도 많았다.
이런 김양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문영희 당시 대천리중학교 1학년 5반 담임 선생님이었다. 문 선생님이 김양과 그를 괴롭히던 친구들을 차례로 불러 상담을 한 것이다.
김양과 관련한 악소문을 퍼트리고 다녔던 한 친구는 그에게 다가와 “미안”이라며 사과했고 이후로 김양은 모든 걸 용서한 다음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김양은 편지에 “어린 나이에 죽음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고 방 한구석에 놓여있던 커터칼을 내 손으로 들던 그 손이, 악몽 같았던 그 나날들을 죽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변화로 이끌어주신 감사한 분”이라며 은사를 회상했다.
접수된 사연 중에는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5개월 치 육성회비를 대신 내준 한 선생님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한적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일우재단의 후원으로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도 공모작 가운데 20편을 최종선발, 해당 선생님에게 편지와 함께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적이 매년 이 행사를 여는 것은 ‘스승의 날’의 기원이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58년 5월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시작하면서 스승의 날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일었다.
이어 1963년 제12차 청소년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가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기념할 것을 권장한 이후 명칭과 날짜가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