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올바른 교과서” vs 野 “절벽 마주한 듯” 입장차만 확인7개월만의 ‘소통’·내년도 예산안 조속 처리 공감대는 성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 간의 22일 청와대 5자회동은 처음부터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제와 목적이 전혀 달라 애초부터 손에 잡히는 성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오히려 역사교과서의 전선은 더욱 뚜렷해진 양상이다.
회동 제안 직후부터 ‘5자회동이냐, 3자회동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청와대와 야당은 회동이 예정된 이날 오전까지 대변인 배석 여부를 넣고 옥신각신했다. ‘빈손 회동’은 일찍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로 관점이 상이하고, 인식 차이가 있었던 것은 틀림 없다”고 말했다.
회동을 주도한 여권으로서 어떻게든 성과물을 포장하는 게 보통이지만 역사교과서에 대한 입장 차이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정쟁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교과서가 필요하며 “국정화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함에 따라 정치권에 짙게 드리워진 역사 전쟁의 전운은 한동안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으로서는 단일 역사교과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화법을 통해 확인한 자리였던 만큼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해 내년 4월 총선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이 절실한 의원들로서는 역사교과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이탈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여야의 대치전선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표는 회동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역사인식이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밝혔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냉장고에서 더운 밥을 꺼내려 한 것 같다. 마치 국민 일상에서 벗어난 섬에 다녀온 느낌”이라고 일갈했다.
총선을 겨냥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해야 하는 여야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더욱 엇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정국이 달아오르면서 올해 연말까지 노동개혁을 비롯해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을 강력 추진함으로써 집권 3년차의 성과를 거두려고 했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적잖은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합의사항은 없지만 박 대통령와 여야 지도부의 대좌가 7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자체로는 의미를 남겼다.
단일 역사교과서 추진을 둘러싼 공방으로 꽉 막힌 경색 국면에서 여야 지도부조차 회동이 어려웠던 상황이지만 이번 회동을 계기로 다소간이라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숨통은 터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록 의견차는 팽팽했지만 인식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확인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다.
원 원내대표는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최근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 자체가 소통의 장을 만든 것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대통령이 야당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조속한 통과를 당부한 각종 경제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해서는 야당도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동을 열어 법안 처리를 위한 실무 협상에 착수키로 했다.
또 이달말 구성되는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도 본격적으로 가동해 비준동의안 논의에 진척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박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포함한 남북교류 확대에 대한 구상도 밝힘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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