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연금개혁 공들이기…유승민 사드배치 소신이완구 부패척격 깃발…민감이슈여서 ‘양날의 칼’
여권에서 이른바 ‘잠룡’으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들이 차기 대권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필요한 자신들만의 ‘최종 병기’를 갈무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지역주의 도전(노무현), 청계천 복원(이명박), 세종시 수정안 반대(박근혜) 처럼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곧바로 연상되는 ‘브랜드’ 찾기와 굳히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그래서인지 이들이 점찍은 ‘화두’는 묵직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면 정치적 입지가 크게 강화되는 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양날의 칼’을 잡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브랜드로 일찌감치 자리 잡는 흐름이다. 정부와 여당이 개혁에 힘을 모으지만, 그중에서도 김 대표의 의지가 가장 강력하다.
김 대표는 매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거의 빠짐없이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할 정도로 이 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야권의 차기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연금개혁에 어깃장을 놓는 발언을 했다”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말했듯 연금 개혁이 “국민 모두의 문제”인 데다, 보수적 이미지에 개혁 성향을 가미하면서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내 ‘투톱’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고(高)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강력히 주장, 점차 고유 브랜드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청와대와 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의제로 다루게 된 것은 유 원내대표가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후문이다.
안보 이슈인 사드 배치는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 원내대표의 지론이기도 하지만, 경제정책관이 비교적 진보 성향에 가까운 그가 보수층까지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앞세워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다.
뿌리깊은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구호는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의명분’이라는 점에서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크다.
정권 지지율 반등을 노린 사정 정국 조성이라는 비판과 전임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반발은 부담이지만, 대의명분을 잘 살려나간다면 이 총리에게는 정치적 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는 연금 개혁, 유 원내대표는 사드, 이 총리는 부패척결 등으로 브랜드화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각각 4선 의원 출신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역시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해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잠룡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남 지사는 최근 도정(道政) 차원에서의 ‘여야 연정’ 실험으로, 홍 지사는 무상복지에 대한 ‘포퓰리즘’ 규정으로 각각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남 지사는 야당 출신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를 동반한 가운데 ‘연정 정책협의회’를 만들어 예산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정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을 발표,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면서 중앙 정치를 달궜던 ‘증세와 복지’ 논쟁을 지역의 이슈로 재차 환기했다.
특히 이 문제를 놓고 오는 18일 이뤄지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은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자연스럽게 오르는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처럼 각자 색깔을 드러내는 다섯 잠룡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선 차기 대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한 신한국당 시절 ‘구룡(九龍)’을 연상케 한다는 촌평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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