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취임 한 달 돌아보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8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문 대표는 지난 2·8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 ‘박근혜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등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대와 ‘경제정당’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였다.문 대표는 앞서 전대 공약으로 경제정당과 전국정당, 분권·풀뿌리정당, 계파 청산·시스템 공천 등을 내걸었다. 지난 한 달간 문 대표의 주요 외부 일정 13개 가운데 8개가 경제 관련 일정으로, 경제정당 약속은 대표가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 부재 등 당의 체질을 ‘경제’로 바꾸는 데 대한 문 대표의 고민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민주정책연구원 측이 추천한 진보경제학자의 영입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계파 청산의 척도인 당내 인사와 관련해서는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무현계인 김경협 의원을 기용해 최고위원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큰 실책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비노(비노무현) 인사는 “조직사무부총장이나 당무혁신실장 등 자신의 손발이 돼야 할 자리에 친노를 중용하지 않기도 했다”면서 “눈에 보이는 인선만 갖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분권·풀뿌리정당 공약은 김부겸 전 의원을 지역분권정당추진단장에 임명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문 대표는 전대에서 당 예산·인사권의 시도당 이양, 원외위원장의 당무 참여 활성화, 지역위원회 지원 기구 신설 등을 내건 바 있다.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여론조사를 제안하는 모습은 문 대표의 정무적 감각에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했다. 주승용 의원 등 최고위원들과의 마찰도 봉합 단계라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한편 당은 당초 이날 문 대표의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의 여파로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5-03-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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