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소행 보도에 “확인된 사실 없다” 추가 수사 난항,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남녀 3명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빠지게 됐다.복도 폐쇄회로(CC) TV에 찍힌 침입자들의 모습이 흐릿해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침입자들의 행적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이들이 특사단 객실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나오다 복도에서 돌려줬다는 점 등에 따라 주거침입과 절도 정도가 고작이다.
특사단 관계자들이 모두 출국했고,경찰에서도 노트북에 든 내용을 전혀 확인하지 못해 괴한들이 USB 장치를 특사단의 노트북 컴퓨터에 꽂았는지,기밀 정보를 빼내갔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물증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정보 유출 시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면 피의자를 검거해 자백을 받는 수 밖에 없다.그러나 현재 국정원 측은 “(괴한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강력히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이 수사를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5년 전신인 안전기획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 정·관·재계와 언론계 인사 1천800여명을 상대로 도청을 시도했다는 ‘X파일 사건’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최초로 국정원 청사를 압수수색했고 감청 장비와 감청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당시 강제수사가 가능했던 데는 국정원이 명백한 도청 피의자로 드러났기 때문이어서 이번 사건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피해자들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물증 없이 경찰이 정보기관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벌써 이번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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