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밥상 | 칠월 칠석

엄마밥상 | 칠월 칠석

입력 2011-08-28 00:00
수정 2011-08-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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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백설기 한 조각에 사랑을 담아

칠석은 음력 7월 7일로 견우와 직녀가 1년 만에 재회를 하는 날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견우와 직녀가 사랑을 속삭이다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1년에 한 번만 은하수를 건너 만났다는데, 이때 까치와 까마귀가 날개를 펴서 은하수에 오작교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다리를 건너 견우와 직녀가 사랑의 회포를 풀다가 새벽닭이 울고 동쪽 하늘이 밝으면 다시 이별을 했다고 하죠. 칠석날 저녁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상봉한 기쁨의 눈물이라고 했으며 이튿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고 했습니다.

칠석은 여름의 기가 꺾일 무렵으로 북두칠성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은하수는 쏟아질듯 화려하고 그 동쪽에 수줍은 듯 희미하게 비치는 직녀성, 서쪽은 남성적인 눈이 찬란하게 빛나는 견우성이 서로 마주보며 마치 정겨워하는 듯이 보입니다. 여름의 끝에서 이런 하늘을 쳐다보며 이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지 추측하기도 합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칠월 칠석에 밀전병과 햇과일을 차려놓고 가족의 무병장수와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기도 하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들이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음력 7월이면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농가에서는 김매기를 끝내고 추수 때까지 다소 한가한 시간입니다. 또 장마가 끝난 시기이기 때문에 장마 기간 동안 눅눅했던 옷과 책을 말리는 풍습이 있어 이를 쇄서폭서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굳이 칠석이 아니어도 8월 여름철에 실천하는 생활습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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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에 맛보는 시절음식

칠석을 포함한 세시풍속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민속으로 우리나라는 농경문화와 밀접하여 그 계절에 맞는 음식과 놀이의 풍습을 볼 수 있는 생활사이기도 합니다. 세시풍속에 그 계절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염원이 있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보양식으로 제철음식을 먹기도 했습니다. 칠석에 먹는 대표음식으로는 밀전병, 밀국수, 과일화채, 시루떡 등이 있습니다.

밀전병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부추나 호박 등의 제철재료를 넉넉히 넣어 반죽한 것을 번철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지져서 따끈할 때 고추를 송송 썰어 매콤하게 만든 초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옛날에는 긴 여름 해에 쌀과 보리가 동나면 별미로 밀가루나 메밀로 수제비나 칼국수를 해 먹었습니다. 고려시대만 해도 국수는 상류층의 별미로 여겼습니다. 밀가루는 여름이 제철로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밀가루 음식이 제 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여름 끝인 칠월 칠석에는 특히 다양한 밀가루 음식을 해 먹었습니다.

밀국수의 주재료인 밀은 여름철 주식의 하나로 미역국을 펄펄 끓여 반죽한 밀가루를 떠 넣어 수제비처럼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콩가루나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하여 얇게 썰어 칼국수를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 장국을 붓고 호박, 쇠고기, 지단 등을 고명으로 올리기도 하고 장국물에 국수를 그대로 넣어 끓인 국수를 먹기도 했는데, 이 국수의 이름은 제물국수입니다. 호박을 큼직큼직하게 썰어 끓인 칼국수를 요즘도 여름철에 별미로 여기는 것도 옛날부터 우리가 먹어왔던 우리의 시절음식이기 때문입니다.

과일화채는 제철에 나오는 과일로 만드는데 여름철엔 복숭아나 수박 등이 제철로 오미자 우린 국물에 띄우거나 설탕이나 꿀에 얼음을 타서 과일을 띄우기도 합니다. 땀을 많이 흘려 부족하기 쉬운 수분 보충도 하고 비타민도 섭취함으로써 영양을 보충할 수 있으니 칠월 칠석에 먹는 또 하나의 음식보약입니다. 요즘은 탄산음료 등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렇게 과일화채로 만들어 먹음으로써 막바지 더위를 이겨내 봅니다.

시루떡은 칠석날 고사에 쓰던 것으로 붉은팥을 올린 떡이고 부재료를 전혀 쓰지 않고 쌀가루만으로 찐 백설기를 여름철의 으뜸으로 여겨 칠석에 먹기도 합니다.

사탕과 초콜릿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전한다는 날에서 길쭉한 막대 과자를 주는 날, 애인 없는 사람들이 자장면을 먹는다는 날까지… 정체도 알 수 없는 상술이 만들어 놓은 날보다 우리의 고유 명절인 칠월 칠석에는 칠석 음식을 먹어보면 어떨까요. 사탕, 초콜릿 대신 올 칠월 칠석에는 하얀 백설기 한 조각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 보세요.

TIP

닭한마리 칼국수

■재료: 닭 1마리, 칼국수 400g, 부추 100g, 물 8컵, 소금, 후추 적당량

향신채소: 양파 1/2개, 대파 1대, 통마늘 5개, 통후추 7개, 생강 1조각

부추양념장: 까나리액젓·물 1큰술씩, 고춧가루 2작은술, 설탕·통깨 1작은술

■만드는 법

1. 닭은 기름기가 있는 부분은 제거한 후 흐르는 물에 씻어 냄비에 물을 붓고

분량의 향신채소를 넣어 푹 삶는다. 중간중간 불순물은 걷어낸다.

2. (1)의 닭이 익으면 살은 발라 먹기 좋게 찢고 육수는 면보에 걸러낸다.

3. 냄비에 (2)의 거른 육수와 닭살을 넣고 끓으면 칼국수를 넣어 같이 끓인다.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4. 부추는 다듬어 씻어 물기를 뺀 후 4cm 길이로 잘라 분량의 부추양념장에 살짝 버무려준다.

5. 그릇에 (3)의 닭칼국수를 담아내고 (4)의 부추무침을 곁들여 낸다.

■알아두기

영계(체중 1kg 전후)는 지방이 적어 고기가 연하고 풍미가 좋지만, 노계나 수탉은 살이 질기고 육색이 어두운 편이어서 수프스탁(soup stock) 용으로 이용하면 좋다.

참외나박김치

■재료: 배추 속잎 3장, 무(1㎝ 두께) 1토막, 참외 1/2개 / 배추와 무 절임물 재료: 물 1/4컵, 굵은소금 1큰술

참외 절임물 재료: 소금 1작은술 / 국물재료: 생수 3컴, 생강즙·소금 조금

■만드는 법

1. 배추와 무는 납작하게 썰어 물 1/4컵, 굵은 소금을 넣어 절인다.

2. 참외는 껍질째 속을 긁어내고 납작하게 썰어 소금 1작은술에 절인 후 물기를 뺀다.

3. 생수 3컵에 생강즙과 소금을 약간씩 넣은 후 준비한 재료에 붓는다.

4. 한나절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익힌다.

글·사진_ 이미경 한식, 사찰음식 연구가 http://blog.naver.com/pou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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