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 불행하게한 파우스트 그렇게 쉽게 구원받아도 되나요

많은 사람 불행하게한 파우스트 그렇게 쉽게 구원받아도 되나요

입력 2013-02-16 00:00
수정 2013-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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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요즘 책 읽기에는 나름의 방식과 요령이 필요하다고 한다. 텍스트 선정부터 책의 구성 파악, 그리고 그 속에서 건져낼 교훈까지 제대로 읽어 내는 데 적지 않은 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생활에 쫓겨 사는 이들에게 촘촘한 책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독서의 이유로 ‘남들과 견주기 위해’, ‘교양을 쌓기 위해’, ‘시험 준비를 위해’ 같은 것들을 들지만, 이 명분들은 독서의 원래 의미에서 비켜난, ‘공적인 독서’에 불과하다.

‘아주 사적인 독서’(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바로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바른 독서법을 제시한 길라잡이 성격의 책이다. 저자는 2000년부터 ‘로쟈의 저공비행’이란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해 온 인터넷 서평가다. ‘아주’는 그동안 저자가 대학 강단과 독서클럽에서 책 읽기와 관련해 강의한 내용을 추린 강의록인 셈이다. 텍스트는 근현대 서양문학 고전 7편. ‘마담 보바리’ ‘주홍글자’ ‘채털리 부인의 연인’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 ‘석상 손님’ 등이다.

7편의 서평 겸 고전 읽기를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독서법은 철저하게 ‘사적인 감상’이다. 남들처럼 천편일률적 따라잡기를 할 게 아니라 나만의 관심과 열망, 성찰을 위한 독서에 빠져들라는 것이다. 제 방식으로, 자기 색깔로 책 읽는 방법을 배워 독서의 진정한 효용을 건져내라는 메시지가 신선하다. 그 방식은 다름 아닌 독자와 텍스트 저자, 그리고 등장인물과의 긴밀한 대화와 교감 만들기다.

저자가 7편의 고전 풀이에 담아낸 교감과 대화는 삶 속에서의 진지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바탕이다. 실제로 저자가 고전들을 보는 눈은 일반의 ‘유부녀 바람 피우는 이야기’(마담 보바리), ‘아버지 복수 이야기’(햄릿), ‘책 읽다가 정신이 돌아버린 이야기’(돈키호테)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대신 인생의 문제와 질문들을 추려 고전 속 그들과 내 공통 경험 속에서 해답을 이끌어 내는 특별한 체험으로 바꿔 놓았다. 그 고민은 대체로 ‘내 욕망은 정말 내 것인가?’ ‘용서받지 못할 죄란 무엇일까’ ‘정신보다 육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 ‘꼭 무한한 꿈을 가져야만 할까’와 같은 본질적인 것들이다. 많은 사람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파우스트가 그리 쉽게 구원받아도 되느냐고 딴죽을 거는가 하면 돈키호테가 미친 짓을 하고 나서야 사는 것 같은 삶을 살았노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저자는 결국 ‘나는 햄릿이다’ ‘나는 돈키호테다’ ‘나는 보바리다’라는 식으로 각자가 제 안의 햄릿과 돈키호테, 파우스트, 돈 후안을 발견하라고 거듭 권한다. “진부해 보일지도 모르는 주인공들의 물음에 내 물음이 포개질 때 독서는 시간이 남아돌아 가능한 독서가 아니라 필수적인 독서로서 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 1만 3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2-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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