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최인호 2003년 마주앉았다 “죽음을 기억하라”

법정스님·최인호 2003년 마주앉았다 “죽음을 기억하라”

입력 2015-02-25 07:51
수정 2015-02-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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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않네’ 출간

“스님, 스님께선 어느 책에서나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하셨는데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최인호)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사람의 삶의 폭이 훨씬 커집니다. 사물을 보는 눈도 훨씬 깊어집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이 소홀했던 것입니다.”(법정)

이제는 모두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된 법정스님과 소설가 최인호의 대화 중 일부다. ‘죽음을 기억하면서’(메멘토 모리) 살아간다면 삶이 오히려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그들이 나눈 화두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4월, 서울 성북구 길상사 요사채에서 대담을 나눴다.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시대정신과 고독 등 11가지 주제에 걸쳐서다.

작고한 법정스님과 소설가 최인호가 생전에 나눴던 대화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않네’가 최근 출간됐다. 애초 법정스님의 3주기 혹은 4주기에 맞춰서 출간하려 했으나 작가 최인호의 건강이 좋지 않아 계속 미뤄지다가 법정스님 5주기(3월11일)를 앞두고 책이 나왔다.

”안목은 사물을 보는 시선일 텐데 그것은 무엇엔가 순수하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서 갖추게 된다”는 법정스님의 말처럼 깊은 사유를 거친 두 사람의 대화는 표피적으로 살아가는 각박한 우리네의 삶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무소유’로 명성을 얻은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관점에서 인생을 관조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소유욕은 대상을 소유하는 순간 휘발하고, 욕망은 또 다른 대상 속으로 부나비처럼 이동한다. 그런 허깨비 같은 삶의 공전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바라보는 일’이라고 법정은 말한다. “바라보는 것은 아무 부담없이 보면서 오래도록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지인일수록 충실하게 대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최인호는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우리는 폭력을 은폐하고 있는가’라고 개탄하면서 “가정은 스위트홈이 아니라 수많은 상처가 드러나고 치유되는 ‘올코트프레싱’(all court pressing)의 격전장”이기에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법정스님도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은 하지 마라. 막말을 하게 되면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간다”고 조언한다.

책은 지식만 쌓아 율법학자 같은 지식인이 되기보다는 참된 지식을 체득한 후 결국에는 그 지식마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지성인이 되라고 조언하고, 삶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사는 자세를 가지라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욕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인데 대부분은 조연을 하고 있어요. 권력이나 출세, 만약 알코올 중독자라면 술, 이렇듯 무언가를 자기 앞에 두고 스스로 끌려가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삶의) 주인공아, 주인공아, 속지 마라 속지 마라.”(최인호)

여백. 192쪽. 1만2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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