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점 소유… “사랑없는 유산” 미술계 “작품값 떨어질라” 우려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할아버지로 둔 소녀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소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생활비를 얻으려고 할아버지의 근사한 대저택 문 앞을 자주 서성이기도 했다. 남처럼 살던 20대 때 갑자기 할아버지의 19세기풍 빌라와 함께 1만여 점의 유작을 유산으로 받았다.
마리나 피카소
마리나는 “조부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팔 예정이며 어떤 작품을, 얼마나 팔 것이냐는 필요에 따라 하나씩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첫 번째 매물에 대해서는 결심을 굳혔다. 피카소의 1935년작 ‘가족’(La Famille)이다. 그녀는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난 내게 상징적인 작품이지만 우리 가족은 가족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리나는 피카소가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파울로의 딸이지만 집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경매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작품을 팔려는 그녀의 계획에 미술계는 술렁이고 있다. 전문기관을 거치지 않으면 공신력 있는 가격 책정이 어려운 데다 피카소의 작품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값을 떨어뜨릴까 우려해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5-02-06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