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당 ‘날치기 처리’ 강행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17일 안보 관련 법안을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기립 표결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밤 이를 본회의에 전격 상정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관련 법안의 18일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17일 연립 여당이 법안 통과를 위한 ‘번개 작전’을 구사하자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본회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작전으로 맞섰다. 5개 야당은 이날 공동으로 나카타니 겐 방위대신에 대한 문책결의안과 참의원 운영위원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각각 참의원에 제출했다.
●野, 각료 4~5명 문책결의안 추진
여야는 이날 밤 늦도록 참의원 본회의에서 관련 결의안을 놓고 고성이 오가는 찬반 공방을 벌였다. 18일도 야당의 지연작전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립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고 아베 총리 등 여당 지도부의 ‘주내 법안 통과’ 의지가 강해 통과는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5개 야당은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18일에 공동으로 중의원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또 영수 회담을 열어 법안 저지를 위한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외무대신 등 최소 4~5명의 각료에 대한 문책결의안도 제출하기로 했다. 야당은 나카타니 방위대신이 안보 관련 법안 심의에서 부적절한 답변을 되풀이하는 등 대신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문책 결의안의 이유를 밝혔다.
문책결의안이 제출돼 찬반 여부를 물으려면 1인당 최소 2~3시간이 걸리는 등 본회의에서도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게 됐다. 야당은 의사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등 어떻게든지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전쟁 법안의 여당 단독 처리”라는 비난을 의식해 차세대당, 개혁당 등 보수 성향의 3개 군소 야당 대표들로부터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내면서 전력을 강화한 상태다. 이들 군소 야당 대표들에게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직접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할 경우 국회 관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도쿄 지요다구의 일본 국회의사당은 법안을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들과 이를 통과시키려는 여당 의원들의 몸싸움과 고성 등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의사당 밖에서는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비가 내리는 이날 수만 명이 의사당을 둘러싸고 “전쟁 법안 폐기”를 외치며 5일째 시위를 벌였다. NHK는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야당의 참의원 회의장 봉쇄로 특위 표결에 실패했던 여당은 이날 회의장을 바꿔가면서 속전속결 전술로 대응했다.
이날 오전에도 민주·유신·사회·공산·생활당 등 5개 야당은 직권으로 참의원 소위원회인 특별위원회의 최종 질의를 마무리하고 표결을 강행하려던 자민당 소속 고노이케 요시타다 특위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으나 부결됐다.
이 기회를 잡아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참의원 소위원회인 평화안전법특별위원회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하는 안보 관련 11개 법령 제·개정안을 가결 처리한 뒤 법안을 전격적으로 최종 관문인 본회의에 상정했다.
●시민들 의사당 둘러싸고 5일째 시위
후쿠야마 데쓰로 민주당 특위 간사는 불신임안에 대한 의사진행 찬성 발언에서 “(정부·여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정말 듣고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집권 여당은 지난 16일 저녁 아베 총리 주재로 참의원 특위에서 마무리 질의를 마친 뒤 바로 특위 표결을 거쳐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최종 질의를 진행할 회의실 복도를 점거해 위원회 개최를 무산시켰다. 이 바람에 먼저 회의실에 들어와 있던 아베 총리는 나가지도 못하고 새벽 4시까지 9시간 동안 회의실에 ‘사실상’ 갇혀 있기도 했다. 아베 정권은 이들 법안을 늦어도 18일까지 상원인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안으로 성립하겠다고 의지를 밝혀 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09-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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