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왔던 中대표단 매우 무례” 당시 경호 경찰과 대화 TV 포착
양국 “성공적 방문” 불똥 차단평소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자신의 90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솔직하게 발언한 게 TV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열린 가든파티에서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했을 때 경호를 맡았던 루시 도로시 런던 경찰청 총경에게 “운이 나빴네요”라고 말했다.
도로시 총경은 여왕에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겐 아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당시의 고충을 토로하자 여왕은 “나도 그랬다”며 동의를 표했다.
특히 여왕은 “그들(중국 대표단)이 영국 대사에게 매우 무례했다”고 말했으며 이에 도로시는 “매우 무례했고 비외교적이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런 발언이 보도되자 버킹엄 궁은 성명을 내고 “여왕의 개인적 대화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국빈 방문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만 밝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지난해 10월 국빈방문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의 방문을 통해 양국관계는 황금시대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 사건이 양국관계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여왕에게 12일부터 열리는 반부패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며 “나이지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같은 환상적으로 부패한 나라의 지도자들도 영국에 온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대화에 끼어들어 “한 대통령은 부패하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웰비 대주교가 말한 대통령은 지난해 말 취임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으로, 부하리 대통령은 반부패 정상회담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5-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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