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첫 방중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9)가 10일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의장으로서 소속 의원들을 데리고 온 수치는 오는 14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난다. 이번 방문은 시 주석의 지시로 중국 공산당이 요청했고 수치가 수락해 성사됐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중국 도착한 수치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왼쪽 세번째)가 10일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해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고 있다. 수치는 이번 방중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을 만나 양국 관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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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계산부터 따져 보면 중국에서 멀어져 미국 쪽으로 붙는 미얀마를 돌려세우는 데 수치보다 더 좋은 인물은 없었을 것이다. 군인 출신이지만 직선제로 전환된 2011년 대선에서 당선된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은 ‘탈중국’ 노선을 걸었다. 그는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이 이라와디강에 건설하고 있던 미트소네댐 공사를 중단시켰다. 중국은 이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 90%를 가져갈 계획이었다. 더욱이 최근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폭격으로 국경지대에서 중국 국민 5명이 사망하자 중국은 이 지역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해 양국 관계가 급랭됐다.
시 주석은 수치를 미얀마의 ‘미래 권력’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얀마에 팽배한 반중 감정을 누그러뜨릴 생각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끄는 NLD는 올 10월 총선과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남편과 자식이 모두 영국 국적이어서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수치는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미얀마의 핵심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관영 환구시보의 해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수치가 미얀마 인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면서 “수치의 중국 방문은 중국이 미얀마 대선 이후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 투사’ 이미지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수치에게도 중국은 좋은 카드다. 역대 군인 출신 대통령들처럼 자신도 최대 투자국인 중국과 우호적으로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AP통신은 “수치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원조를 끌어올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인이고 정권 쟁취가 꿈”이라고 밝혔다. 수치는 절대다수인 불교도의 표를 얻기 위해 극단적인 불교도로부터 학살당하는 자국 무슬림 로힝야족의 눈물까지도 외면하고 있다. BBC는 “신화통신이 수치의 방문을 소개하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수치가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5년째 수감돼 있는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치인’ 수치가 정치적 목적으로 온 만큼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주의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6-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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