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에르도안 정서 표출…터키 일각선 ‘에르도안이 쿠데타 배후’ 주장도
역사적으로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터키의 이번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도 단연 소셜미디어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사안의 중대성이나 긴박감 때문인지 실시간 트윗과 라이브 블로거의 속보 경쟁이 치열했다.
그 영향으로 미확인 소문이나, 정밀한 확인이 필요한 언론 보도가 진실인양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부작용도 따랐다.
15일(현지시간) 밤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행방과 거취에 관한 내용은 절정이었다.
휴가 중인 그가 쿠데타가 일어나자 권력을 잃어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불을 붙인 것은 미국 NBC 방송의 보도를 인용한 다양한 개인 미디어였다.
여러 블로거와 소셜미디어 뉴스 전달자들은 그가 독일에 망명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이 보도를 요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에 있으나 중심부 진입이 막히자 독일을 노크했다가 좌절하고서 다시 영국으로 이동하고 있을 것이라느 글도 있었다. 영국이 아니라 네덜란드를 거명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에르도안이 자신을 조롱한 시를 방송한 독일인 코미디언을 고소하고 독일 의회가 터키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을 인정하고 나서 악화한 양국민의 감정은 독일 쪽에선 소문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반(反)에르도안 감정으로 나타났다.
그가 독일로부터 망명을 거부당했다는 소문이 돌자 “에르도안은 독일로부터 거부당한 첫 번째 난민”이라는 비아냥이 나온 게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독일인 코미디언과 소송을 지속할 수 있을까”, “여권을 불태워버리면 독일이 받아줄 거다”, “그를 조롱하는 건 독일에서 여전히 불법인 걸까”같은 코멘트도 소셜미디어에서 관찰됐다.
그러나 독일의 정부 차원에선 달랐다.
“독일은 터키의 선출된 정부를 지지한다”고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두 번째 트윗 메시지를 통해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며 군부 쿠데타를 반대한다는 의미였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앞서 첫 트윗에선 “터키 내 민주주의 질서를 존중해야 하며, 생명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만 서술했다.
비록 두 번째 말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 장악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선 뒤에 나온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에르도안에 독일 정부가 지지 의사를 밝힌 것만큼은 분명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6주 만에 회동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견이 있어도 대화는 중요하다며 별도 회담의 배경을 풀었다.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정치를 겨냥한 독일 정치권과 언론의 잇단 비판과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결의에 감정이 크게 상한 에르도안 정권은 독일 정치인의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 방문을 차단한 상태다.
이슬람국가(IS)에 맞서는 독일의 정찰기 기지로 이용되는 이곳에는 독일 연방군 240명가량이 있다.
최근 독일 정부 넘버2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금지를 풀지 않으면 연방군을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터키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도 현지를 찾아갔으나 만족스러운 해법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주요 현안만을 놓고 볼 때도 독일은 난민 위기 해결을 위한 터키의 협력 때문에,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과 비자 면제 달성 때문에 서로가 절실한 국가인 만큼 갈등이 있더라도 적정선에서 관리하려는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과거에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정의개발당(AKP) 소속 의원이었으나 지금은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페이지 이스바사란 비평가는 트위터를 통해 쿠데타 시도의 배후에 에르도안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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