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와 비슷한 상황’ 주장에 각국 반론…정상선언에도 미반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을 맡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국 소비세 인상을 또 연기할 구실을 만들려고 회의에서 무리하게 경제 위기론을 부각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아베 총리는 이달 26∼27일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 상황이 리먼 쇼크 전과 비슷하다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그는 26일 토론에서는 이런 인식을 내비치며 G7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최근 원유나 곡물 가격이 리먼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55% 하락했다고 강조하는 그래프 등의 자료를 제시하며 위기론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G7 회의 폐막을 앞두고 27일 열린 의장 기자회견에서는 “작년 신흥국의 투자 신장률은 리먼 쇼크 때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에 세계 경제 성장률은 리먼 쇼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고 하는 등 세계 경제가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한 상태라는 인상을 부각했다.
그러나 타국 정상은 이에 관해 적지 않은 반론을 폈다.
29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위기는 아니다”고 언급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세계 경제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의에서 위기라는 규정에 의문을 드러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는지 G7 회의의 결과물에 해당하는 정상선언에는 리먼 사태에 관한 언급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선언에 드러난 경제 상황 인식은 아베 총리가 주장한 것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정상선언은 세계 경제의 성장이 “완만하고 균일하지 않다”면서도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 “새로운 위기에 빠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G7이 “적시에 적절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주장이 상당히 무리한 것이었으며 아베 총리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8→10%)을 연기할 명문을 만들기 위해 경제 위기를 실제보다 과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앞서 리먼 브러더스 사태나 동일본 대지진 정도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소비세를 올린다고 공언했다.
2014년 11월에 이미 한 차례 소비세 인상 연기를 발표했는데 또 증세를 연기하는 것은 결국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의 실패라는 비판을 의식해 세계 경제 상황을 핑계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원유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고 리먼 사태의 원인이 됐던 미국 경제는 견실해 당국이 금융 긴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위기 전야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사설을 썼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의 5월 월례경제보고에서도 ‘완만한 회복이 기대된다’는 경기 전망을 내놓는 등 위기감을 느낄 상황이 아니라며 “(아베) 총리는 증세 재연기를 위한 장치로 G7 정상회의의 활용을 생각했겠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일본의 신용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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