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러 메달리스트 최소 15명 약물복용…정부가 개입”

“소치올림픽 러 메달리스트 최소 15명 약물복용…정부가 개입”

입력 2016-05-13 15:40
수정 2016-05-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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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도핑실험소장 “내가 직접 약물 만들어…샘플 100개 바꿔치기”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조직적인 도핑으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가 최소 15명에 달한다는 핵심 관계자의 폭로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소치 올림픽 기간에 러시아 반(反)도핑기구(RUSADA) 모스크바 실험소장이었던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는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약물 제조부터 소변 샘플 바꿔치기까지의 전 과정을 폭로했다.

로드첸코프 전 소장은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금지된 스테로이드 3가지를 섞은 혼합제를 직접 개발했으며 이를 러시아 체육부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혼합제는 강훈련에 지친 선수들을 빠르게 회복시켜 며칠간 최고조의 컨디션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빠른 흡수와 체내 잔류기간 단축을 위해 위스키나 마티니 같은 술에 섞어 선수들에게 줬다고 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팀 선수 14명과 금메달을 딴 봅슬레이 선수 2명 등 최고 스타 선수들도 연루됐다고 로드첸코프는 주장했다.

소치 올림픽에서의 약물 부정은 치밀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013년 가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실험소에 와 도핑 검사를 위한 소변샘플 보관용 병의 마개 잠금장치 수백 개를 가져갔다. 올림픽 개최를 몇 주 앞두고 이 남성은 돌아와 봉인된 병을 여는 방법을 시연했다.

로드첸코프는 체육부 관리로부터 샘플 바꿔치기를 해야 할 선수들의 이름과 그들의 7자리 샘플 코드 번호를 담은 명단을 건네받았다.

밤마다 그는 샘플 보관소에 있는 동료로부터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의 소변샘플을 넘겨받았다. 어두컴컴한 바로 옆방에서 대기하며 손 크기의 작은 구멍을 통해 넘겨받은 것이다.

정보요원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이 병을 넘겨주면 몇 시간 후에 ‘깨끗한 소변’이 채워진 병이 되돌아왔다. 수개월 전 채취해둔 샘플이다.

이런 식으로 올림픽 기간 폐기된 실제 소변샘플은 100개에 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소치 때 여느 때보다도 장비와 지식, 경험, 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마치 스위스 시계처럼 돌아갔다”며 러시아의 도핑 전략이 소치 올림픽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표현했다.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는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 종합우승을 했다.

로드첸코프는 소치 올림픽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친선훈장을 받았으나 작년 말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 파문이 벌어지면서 해임됐다.

그는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도핑 파문이 벌어지고 나서 로드첸코프의 가까운 동료 2명이 2주 간격으로 사망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장관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 타스통신에 “그들(지목된 러시아 선수들)은 뛰어난 선수들이며 모든 주장은 터무니없고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봅슬레이 선수 알렉산드르 주프코프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드첸코프의 폭로는 나를 포함한 러시아 대표단 선수들에 대한 완벽한 중상모략”이라며 “도핑 샘플을 RUSADA뿐 아니라 세계반도핑기구(WADA)에도 여러 차례 제출했었다”고 주장했다.

소치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50㎞ 대회에서 우승한 알렉산드르 리크코프도 “소치 올림픽에 앞서 33차례나 도핑 샘플을 채취했고 내 문제에 대해선 전혀 걱정이 없다”며 “마이애미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로드첸코프처럼 멀리 있는 사람은 쉽게 말할 수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드첸코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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