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내가 더 총명한데다 오바마 진짜 후계자인데”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 깊은 라이벌 의식과 반감을 갖고 있어 이번 불출마 선언과 함께 크게 좌절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백악관 연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클린턴 전 장관의 향후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격려도 일절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든 부통령은 “공화당은 적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지켜가야 한다”는 등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해 잽을 던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TV 토론회에서 공화당을 적으로 묘사했고, 오바마 행정부가 오래 공을 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반대하기도 했다.
NYT는 클린턴 전 장관이 올해 초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펼치는 동안 바이든 부통령의 속이 점점 더 끓어올랐다고 이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부통령이 품은 악감정의 한편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보존해갈 차기 대통령으로서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선거운동과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이 유력 대권주자로서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을수록 바이든 부통령은 짜증을 토로하는 때가 잦아졌다.
클린턴 전 장관도 바이든 부통령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감지한 듯 견제구를 던졌다.
최근 뉴햄프셔 유세 때 클린턴 전 장관은 바이든 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에 민주당원들이 끔찍이 싫어하는 파산법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이는 출마를 고려하는 바이든 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로 해석됐다.
바이든 부통령은 자신의 고문이나 선거캠프에 들어올 직원들에게 “클린턴이 공화당 후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몇 주간 불신을 계속 털어놓았다.
한 민주당원은 “바이든 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을 고생스럽게 공부해서 똑똑해진 학생 정도로 볼 뿐 눈부시게 총명한 사람으로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원은 “반면 바이든 부통령이 자신은 한 번에 모든 것을 꿰뚫어볼 능력을 지닌 정치 지도자이자 정책 입안자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지난 이틀 동안 클린턴 전 장관에 향한 바이든 부통령의 악감정은 극도에 달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민주당원이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을 거부하거나 백지화하는 것은 비극적인 실수”라며 클린턴 전 장관에게 직접 경고를 보냈다.
NYT는 둘이 함께 상원의원을 지낼 때까지만 하더라도 관계가 살가웠다고 되돌아봤다.
클린턴 전 장관이 2008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고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바이든 부통령이었다.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러닝메이트로 선정되고서 “나보다 나은 클린턴을 뽑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등장하면서 관계가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스타 장관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바이든은 소외됐다. 바이든은 클린턴과 비슷하게 해외 강행군에 나섰으나 언론은 클린턴만 주목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가 클린턴과 함께 선거운동에 나선다면 더 많이 지지하겠느냐”는 여론조사 항목에 나오자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통령을 클린턴 전 장관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벼운 농담도 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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