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IS 석유사업 조명 “석유 판매로 이라크에서만 10개월간 5천억원 벌어””국영기업처럼 관리…국내외 전문가 스카우트하고 시리아 반군도 ‘고객’”
수많은 화물차가 늘어서서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린다. 간식과 차를 파는 노점상들이 몰려들고, 지친 운전자들은 차를 내버려두고 며칠씩 볼일을 보고 오거나 아예 텐트를 치고 기다린다.명절 때 꽉 막힌 고속도로나 미국 쇼핑대목에 매장 앞에서 밤새 개점을 기다리는 쇼핑객들이 아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장악한 시리아 동부의 알오마르 유전에서 석유를 사려고 몰려든 이들의 모습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끄는 국제 연합군이 수개월째 IS의 ‘돈줄’인 석유 시설을 공습하고 있지만 IS의 ‘돈줄’인 석유 판매 사업은 여전히 성업중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지 석유 업자들과 유전 기술자들, 서방 정보 당국 관계자 등 수십명을 상대로 한 인터뷰를 통해 IS의 석유사업이 순항하고 있으며 국영 석유기업과 비슷한 조직을 갖추고 규모와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시리아의 석유 거래업자들과 기술자들 증언을 토대로 IS 영역 내 있는 유전 8곳가량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하루 평균 3만4천∼4만 배럴이라고 추산했다.
IS는 이를 배럴당 20∼45달러에 판매하며 하루 평균 판매 수입은 15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IS는 또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지대 키르쿠크와 제2도시 모술을 장악했던 10개월 동안 이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로만 4억5천만달러(한화 약 5천152억원)의 판매 수입을 올렸다고 FT는 전했다.
IS가 장악한 유전은 대부분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에 몰려 있다. IS는 전략적 요충지였지만 유전은 거의 없던 북서부 지역에서 철수하는 대신 동부의 유전지대를 교두보로 삼아 시리아 동부 전체는 물론 이라크까지 손을 뻗어갔다.
이처럼 IS가 석유 판매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년째 내전을 겪는 시리아에서 석유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IS와 맞서 싸우는 시리아 반군도 자신들이 장악한 북부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중장비를 가동하기 위한 석유를 IS로부터 사갈 정도다.
IS로부터 디젤유를 구입한다는 한 반군 지휘관은 “’가난한 혁명’을 하는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IS 외에 시리아에서) 연료를 공급받을 곳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생명줄 같은 석유를 확보하려고 목숨을 걸고 IS 지역으로 오는 이들 ‘고객’은 석유를 사려고 길게는 수주일∼한달까지 기다린다. 대기 차량 행렬이 수 ㎞씩 이어지면 업자들은 아예 집에 다녀오거나 차 옆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도 한다.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를 표방한 IS는 석유 생산과 판매 관리도 국영 석유기업을 흉내 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IS는 석유 관련 사업은 군·홍보 분야와 함께 최고지도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IS와 거래하는 석유업자나 IS 석유 시설에서 일했던 기술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IS는 시리아는 물론 유럽 등 외국에서도 관련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려고 시도한다. 또 조직원 가운데 석유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에미르’(토후)로 임명하고 주요 시설의 운영을 책임지게 한다.
IS는 또 석유를 사러 오는 사람들로부터도 차량 등록번호와 석유탱크 용량 등의 정보가 포함된 서류를 받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관리한다.
석유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감독은 IS의 비밀경찰이 수행한다. 유전에 대한 경비는 삼엄하며 수익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을 경우 잔혹한 징계가 내려진다고 FT는 전했다.
알레포에서 활동하는 한 사업가는 “IS는 시리아에서 석유 수요가 절실하며 공급이 끊기면 다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석유 사업을 ‘승리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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