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상 방러 보류…양국관계 ‘삐걱’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22일 러시아-일본간 영유권 갈등지역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하나인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擇捉>)을 방문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오전 사할린 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이투룹에 도착, 현지 수산 가공장 시찰 등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현지에서 열린 청년교육포럼에 참석해 “대륙붕에는 거대한 자원이 있다”고 강조하며 “육지에서부터 오호츠크해로 연결된 대륙붕까지 국경을 확장한다”고 발언했다.
또 “쿠릴 개발계획으로 이곳(이투룹)의 모든 것이 완벽히 현대화됐다”고 밝히는 등 현지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확실히 했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시절인 2010년 11월과 총리 재직 중이던 2012년 7월 쿠릴 4개 섬의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한 바 있다. 이투룹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 정부가 쿠릴 4개섬 개발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메드베테프의 현지 방문에 대해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메 하야시 일본 외무성 유럽국장은 이날 주일 러시아 대사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방문은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부정하고 일본인들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이달 말로 일정을 조율해온 러시아 방문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부 4개 섬(쿠릴 4개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겪어왔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쿠릴열도가 2차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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